새 정부 불량식품 단속 방안, 제대로 실현되려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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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민 변호사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객원 칼럼니스트·김태민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규정하고 척결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불량식품을 제조, 판매한 업체에 관련 매출액의 10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강력한 단속방안을 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속방안은 2008년 이명박대통령 정부가 출범하면서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출한 업무계획에 ‘부당이득 환수제’라는 명칭으로 이미 제출된 적이 있었다.

결국 불량식품 문제해결의 핵심은 제도의 명칭이 아니라 기존의 식품위생법상 벌칙과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제도로 근절하지 못했던 것을 과징금제도가 해결할 수 있는가이다. 또한 정부의 강력한 단속방안의 부작용으로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국내 식품산업이 위축되거나 붕괴되어 수입식품이 시장을 잠식하여 도리어 식품안전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은 없는지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과징금은 행정벌로써 행정관청이 법령을 위반한 영업자에게 부과할 수 있는데, 현행 식품위생법에서는 제82조 영업정지등의 처분에 갈음하는 과징금을 2억이하로 제한하고 있고, 제83조 위해식품등의 판매에 따른 과징금은 소매가격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제한하고 있기에 이를 강화할 필요성은 충분하게 인정된다.

필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근무하던 2007년말 HACCP지정업체가 미지정 업체로부터 제품을 납품받아 HACCP지정제품으로 속여 판매한 사건에서 전국 수 십여개의 업소를 사기혐의로 수사기관에 사기죄로 고발하였으나, 전부 증거불충분 무혐의로 결론이 나서 가벼운 행정처분밖에 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이처럼 식품관련 사건의 경우 형사상 처벌도 어렵고, 피해입증과 개별 피해자가 보는 손해가 매우 적기 때문에 민법상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것도 어렵다. 또한 소비자단체소송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제소권만 있고 배상청구가 허용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며, 식품에 대해서는 손해입증이 어려우므로 제도도입이후 한 번도 제대로 이용된 적이 없었다.

식약청이 보고한 과징금제도 역시 선의의 피해자를 없애기 위해 ‘고의성’이 명확한 경우에만 부과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형사상 처벌처럼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식약청이 보고한 ‘과징금 10배’도 대법원판례에 따르면 최고 한도이지 일괄적인 적용은 불가능하다. 또한 개별 제품에 대한 업체의 매출이 크지 않아 행정법상 과징금의 효과가 크지 않으며, 파악 자체도 매우 어렵고 해당 법인이 파산하거나 도산할 경우에 부과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식약청은 과징금제도 이외에 다른 대안도 연구 및 검토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영미법 국가에서 인정하고 있고, 최근 대기업 횡포방지를 위해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물론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품산업에 본 제도를 어떻게 조화롭게 적용하는지의 문제는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 시행과 더불어 국내 식품산업의 보호를 위해서는 식품수입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국내식품회사의 경우 수 천개의 업소가 품목별 HACCP 의무적용 제도를 통해 안전한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동종품목의 수입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가 없어 국내산업이 잠식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김치산업으로 국내 김치제조회사들은 HACCP 의무적용으로 설비 및 시설투자 등 비용 상승으로 인한 원가경쟁에서 밀려 학교급식을 제외한 모든 시장을 중국산 김치에 빼앗긴 바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식품위생법과 제조물책임법으로는 불량식품 근절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고, 결국 식품산업의 진흥과 식품안전의 상호보완을 위한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므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새로운 조직 출범과 함께 기존의 방안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도시행에 대한 연구와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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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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