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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과 금융의 정책 상한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장 기획원장관은 시중 은행의 지불 준비율을 인상하거나, 통화 안정증권을 추가발행 하는 대신 시은 예금 증가분의 일정 비율을 농협이나 중소기업은행에 예치토록 제도화함으로써 영농자금이나 중소기업자금을 재정 부담 없이 조달할 방침임을 밝혔다고 한다.
장장관은 그러한 조치로서 시은의 과잉유동성을 규제하고 재정과 금융의 유기적인 기능의 상호보완을 기할 것이라 하는데 언뜻 보기에는 매우 그럴듯한 방침인 것 같으나 금리현실화와 차관도입정책이 초래시킨 여러 가지 결함을 호도 시키려는 방편 같다는 인상을 씻을 수 없을 것이다.
시중은행을 마치 정부의 수족으로 생각하여 정부 마음대로 시은자금을 운용하려는 방침은 자본제 경제의 원칙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은행업을 경영하고 있다는 안성마저 주는 불합리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무리 정부당국이 직접 개입하여 마음대로 자금을 처분하고 싶다 하더라도 엄연히 금융기관을 감독 통제하는 법적기관인 중앙은행이 존재하는 한 금융정책은 중앙은행의 자율적인 재량에 맡기는 것이 옳은 것이며 시중은행은 자의에 의하지 않고는 오로지 중앙은행과 관계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중은행의 과잉 충동성을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면 지준율이나 통화안정증권 조작으로 이를 흡수하면 그만이지, 구태여 국책은행 예치를 강제할 필요성은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흡수된 자금을 중앙은행이 필요하다면 국책은행에 전대하는 것이 금융 질서상 정당하고 사리에 맞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금융질서의 혼란을 논외로 한다하더라도 시은자금의 국책은행 예치는 금리면에서 너무나 불합리하다. 현재 시중은행은 평균 24%선의 정기예금금리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0%의 이율로 예치를 강제 당하고 있는데 이러한 불합리한 정책을 강해한다는 것은 「코스트」와 효율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마비시킨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뿐만 아니라 재정과 금융의 상호보완이라는 그럴듯한 구실은 진실을 호도 시키기에는 적합할지 모르나 왜곡된 재정금융구조를 시정 시키는데에는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자본 흡수 능력을 초과하는 무모한 차관도입정책으로 창조되는 막대한 자금과 금리현실화로 파생된 역「마진」제의 지극히 당연한 귀결로 날이 갈수록 확대되는 과잉 충동성을 국책은행 예치라는 미봉책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은 미봉책을 계속한다면 일반금융의 위축과 그에 따른 민간부문의 위축을 불가피하게 만들어 커다란 여파를 유발시킬 염려조차 없지 않은 것이다. 재정과 금융이 상호보완 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실질적으로는 재정독주의 뒷수습을 금융이 감수해야한다든지, 또는 재정수요를 금융자금으로 충당시켜 재정적 결함을 호도 시키는 구실로 악용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오히려 현재의 과잉 충동성의 누증은 차관정책과 금리 현실화정책이 가지는 제모순의 누적적 효과로 파생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므로 아무리 과잉 충동성을 규제하려한다 해도 그 원인을 제거시키지 않고서는 해결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증료법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차관정책과 역「마진」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여 근원적으로 과잉 충동성을 배제시킬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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