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의의 사의|탄트 고사의 이면|「개인의 한계 」에 고민|월남전 등 미·소 뒷받침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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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소·영·불 등 강대국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유엔」회원국의 간곡한 중임 요청을 외면한채 「우·탄트」「유엔」사무총장은 1일 안보리와 전「유엔」회원국에 보내는 서한가운데서 사임할 뜻을 명백히 했다. 그가 기왕의 입장을 고수하여 사임을 발표한 이면에는 잡다한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미·소 등 강대국의 유형 무형의 사전보장-「유엔」의 경제위기 문제, 월남문제, 중공가입 문제 등-만 있으면 그가 중임을 수락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돌았다.
미국·소련 등은 표면적으로만 「우·탄트」총장에게 그 『고독하고 괴로운 자리』를 다시 떠맡으라고 압력을 가했지 실제로는 아무런 보장도 주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우·탄트」총장은 사임 발표에 앞서 그가 「하마슐드」전총장의 뒤를 이어 총장직을 맡은이래 세계 평화 수호에 대해 별로 기여한 바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그외 노력이나 그가 이룩해 놓은 업적도 무시해 버릴 수만은 없다.
62년 「쿠바」에 설치된 소련 「미사일」기지를 둘러싸고 미·소 간에 숨막힐 듯한 대결이 있었을 때, 64년 「유엔」을 창설이래 최대의 위기 속으로 몰아 넣었던 「유엔」평화유지군 경비 분담금 미납 문제가 표면화되었을 때 등등. 그러나 그 자신도 말하듯이 산적한 국제 문제를 타결하는데 있어서 그의 힘은 너무나도 미약한 것이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월남 문제-. 총장직을 물러나기 전에 북평과 「하노이」를 찾아 설득시켜 보겠다는 그의 결심이 그대로 이행될는지는 아직 두고 보아야 알겠으나 월남 문제 해결을 위한 그의 열의만은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으로서 「탄트」총장에 대한 불만은 그가 중공의 「유엔」가입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과 함께 그가 지나치게 중립적이기 때문에 「아시아」공산주의에 대해 너무 너그럽다는 것이다. 이것은 「탄트」총장이 월남 문제 해결을 54년「제네바」협정에 따라 해결하자는 그의 개인적 의견에서 연유한다.
「탄트」총장이 공식으로 사임을 발표했지만, 미·소 등이 「탄트」총장에 대해 몇 걸음씩 양보해 준다면「탄트」총장의 중임에 아직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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