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의 CEO] 미국 타워스 페린 마크 맥타스 회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세계 굴지의 인력관리 전문 컨설팅 업체인 타워스 페린의 마크 맥타스(48)회장과의 인터뷰는 e-메일로 이뤄졌다. 그가 "쉴틈없이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양해를 구해왔기 때문이다. 이 회사 수뇌부는 지난해 10월 새로 진출한 중국 시장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새해 사업계획을 논의하느라 연일 비상근무 중이다.

맥타스 회장은 "공식 스케줄 틈틈이 짬을 내 답변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으면서도 기자의 질문에 꼼꼼하게 답변을 보내왔다.

-삼성.LG.SK 등 한국의 대표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인재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은 어떤가.

"타워스 페린이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연구기관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와 공동으로 미 포천지 선정 상위 1천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있다. 이에 따르면 미래의 기업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는 혁신(Innovation).신상품(New Product)과 서비스(Service)다. 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인적 자원'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임직원 각자가 해야 할 직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또 회사 인재들이 창출해내야 할 가치 기준도 마련하고 있다. 직무 성과 평가 요소, 핵심 역량 및 전문 직무 역량의 설정과 관리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한국기업이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걸림돌을 든다면.

"기업의 경쟁력은 근본적으로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한국기업들은 인적 자원을 잘 활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국제시장에서 한국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그들을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한국에선 최근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는데.

"소유경영체제와 전문경영체제 중 어느 것이 보다 효율적인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의와 실증적인 연구가 이뤄져 왔다. 그러나 어떤 체제가 더 우월하다고 결론을 짓는 데는 실패했다. 회사제도가 발달한 선진국의 경우에도 전문경영체제가 과연 기업성과를 높이는 데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현재 한국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은 파행적인 재무구조와 사업구조, 조직형태를 견제할 수 있는 환경적.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데 있다. 따라서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려면 기업을 둘러싼 경제환경과 제도를 정비해 기업들 스스로 잘못된 관행을 개혁하는 것이 최선임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재벌체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재벌의 특징은 겉보기에는 느슨한 연방형으로 보이는 계열사들이 모여 실제로는 강력한 중앙집권형 체제로 경영된다는 것이다. 이런 체제는 신규 사업에 진출할 때 자원을 신속하게 조달하고 계열사들이 상호 지원함으로써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는 뛰어난 장점이다. 이 체제는 한국의 고도성장기 때 경제 팽창을 이끈 핵심요소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어발식 사업구조로는 각 사업분야에서 전문적 기술력과 세계적인 경쟁력을 축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계층적이고 권위적인 조직구조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을 막았다. 과거 재벌구조의 강점이던 것이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이제는 결정적인 약점으로 변해 버렸다는 얘기다.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의 재벌체제는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경영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의 투자여건은 어떤가.

"침체되었던 한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 정부는 외국 자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우수한 정부 인력도 있다. 또 한국은 지리적으로 동북아의 중심이다. 따라서 많은 외국 기업이 한국 투자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외자 유치를 위해 규제를 많이 없앴고 여러가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 여건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 중의 하나는 노동시장의 안정성이다. 한국에 노사 분규가 많다는 것은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노사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

-한국 기업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임직원을 많이 줄였다. 그 과정에서 많은 우수한 인력을 놓쳐 인력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회사가 어려운 때일수록 직원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기반사회로 옮아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많은 기업이 아직도 비용을 줄이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무조건 직원수를 줄이기보다는 그 기업의 전략을 수행해 나가는 데 필요한 능력있는 인재들을 뽑아 써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생존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인력 운용 때 예산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기업의 전략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이런 점을 간과했다."

-인적자원의 관리가 왜 중요한가.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본과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더욱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역시 사람이다. 기업의 성과와 가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기술혁신이 중요할수록 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적자원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사람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기업들은 이제 비용이 아니라 자산 혹은 투자 대상으로 직원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인적자원의 관리가 중요하다. 정교한 인사시스템 속에서 업무를 하는 것과 어설픈 시스템 가운데에서 일을 하는 것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인사제도가 중요하다는 데 대한 기업들의 인식은 높아졌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인사제도를 확립하는 일은 기업의 생존을 가늠하는 경영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앞으로는 인사시스템이 잘 확립되어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인력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나.

"글로벌 기업 가운데 인적자원의 운용과 관리를 잘 하는 회사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훌륭한 인적자원 운용체계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둘째, 모든 직원으로 하여금 회사와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에 매진할 수 있도록 회사가 전적으로 도와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유권하 기자

*** 마크 맥타스 회장은

국제 컨설턴트 등 현장 경력 20년

마크 맥타스(48)회장은 대학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1980년 타워스 페린 뉴욕지사에 국제담당 컨설턴트로 입사해 20여년간 샌프란시스코.시카고 등에서 임원(파트너)으로 근무했다.

2001년 1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했다. 그는 세계적 컨설팅회사의 대표이지만 격식을 차리지 않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뉴욕에서 근무할 때 패스트푸드점에서 손수 샌드위치를 사들고 올라와 '최고의 점심'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맥타스 회장은 신중하고 철저하게 업무를 처리해 주변 인사들이 혀를 내두른다.

그러나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자상한 성격"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 계리학회 임원이며, 국제계리 컨설팅협회장을 역임했다.

*** 타워스 페린은

130년 전통 컨설팅업체 美 대기업중 70%가 고객

타워스 페린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컨설팅 업체다. 1871년에 설립돼 1백3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인사 조직, 인적 자원 운용 부문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미국 포천지 선정 상위 1천대 기업 중 7백여개 이상의 기업에 컨설팅을 맡고 있을 정도다.

세계 23개국 78개 도시에 지사를 두었으며 9천여명의 전문컨설턴트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인사 전략, 보상 및 성과 제도, 복리 후생, 경영자 보상, 노사 커뮤니케이션, 조직 진단, 인적 자원 개발 및 아웃소싱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2001년 매출액은 약 16억달러(약 2조원)에 이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