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투수 첫 과제는 공 적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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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눈으로 봐도 확실히 다르죠. 만지면 더 달라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공인구를 만져본 대표팀 좌완 투수 장원삼(31·삼성)의 말이다. 그는 “전지훈련 기간 손에서 공인구를 놓지 않고 있다. 적응력을 높이고 공에 대한 감각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WBC 대표팀 투수들의 1차 과제는 공인구 적응이다. WBC 공인구는 미국 롤링스사의 제품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었거나 WBC에 출전했던 선수라면 적응에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WBC에 처음 출전하는 투수에게는 공인구 적응이 필수다. 본지는 17일 대표팀 전지훈련이 열리고 있는 대만 도류구장에서 한국 프로야구 공인구와 WBC 공인구를 비교했다. 한눈에 봐도 두 공은 외양부터 달랐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실밥이었다. 국내 공인구의 실밥은 폭이 좁고 도톰하다. WBC 공인구는 실밥의 폭이 넓고 밋밋하게 퍼져 있다. 표면에도 차이가 있었다. 국내 공인구는 표면이 조금 끈적이고 꺼끌꺼끌한 느낌이 있다면 WBC 공인구는 매끈했다. 류중일(50) 대표팀 감독은 WBC 공인구를 만져본 뒤 “국내 공보다 좀 큰 느낌”이라고 했다. 류 감독의 말처럼 WBC 공인구(233㎜)는 국내 공인구(231~232㎜)보다 둘레가 1㎜ 이상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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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차이 같지만 실전에서는 큰 변수가 된다. 실밥에 손가락을 대고 낚아채듯이 던지는 슬라이더와 커브 구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장원삼은 “슬라이더를 던지는데 처음에는 손에서 공이 쑥 빠지더라. 글러브 안에서 공을 만질 때 실밥이 스치는 느낌을 받아야 하는데 잘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체인지업과 포크볼 등 손끝을 실밥에 걸치지 않는 구종을 던지기에는 WBC 공인구가 낫다. 서재응(36·KIA)은 “WBC 공인구는 체인지업이 잘 먹힌다”며 “커브보다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사용해야 할 것 같다. WBC 공인구가 포크볼 투수에게도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용덕(48) 대표팀 투수코치는 “투수가 세트포지션에서 글러브 안의 공을 만질 때 미묘한 감각을 느끼며 공을 잡는다”며 “쉽지 않겠지만 공인구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실밥이 밋밋하기 때문에 손톱이 깨지는 부상은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전에 들어가면 ‘미끄럼’에 대한 걱정은 줄어든다. WBC와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리기 전 경기 요원들은 롤링스에 ‘러빙머드(rubbing mud·특수진흙)’를 바른다. 1~3회 WBC에 모두 나서는 오승환(31·삼성)은 “실전에서는 연습 때보다 미끄러움이 덜했다”고 말했다.

도류(대만)=유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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