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신윤호 지각 결혼식

중앙일보

입력

"성공한 뒤 면사포를 씌워줄게."

16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광장동 E예식장.

'늦깎이 투수' 신윤호(26.LG)가 무척 근엄한 표정으로 결혼식장에 들어섰다. 딱 벌어진 어깨에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는 신선수가 늦장가를 가려고 입장하는 순간 조용하던 하객석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신랑을 비추던 조명이 깨끗하게 밀어낸 신선수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비추면서 반짝반짝 반사됐기 때문이었다.

뒤이어 들어오던 신부 김민희(26)씨의 입가에도 웃음꽃이 사라지지 않았다.

철부지 신세를 청산하고 올해 투수 3관왕(다승 공동.승률 공동.구원)을 거머쥔 신선수가 지각 결혼식을 올렸다.

1997년 주위의 반대를 뿌리치고 살림을 차린 지 5년 만이다. 그동안 부부사랑의 결실인 쌍둥이 자매 샛별.하늘(4)과 아들 효수(1)도 식장에 나와 자리를 지켰다. 또 양준혁.이병규.김재현 등 같은 팀 선후배를 비롯, 이승엽(삼성) 등 동료 선수들도 하객으로 참석했다.

그동안 신선수는 정식 혼례를 치르려고 몇 번이나 별렀지만 정작 자신의 성적 부진으로 방황하면서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신문 스포츠면보다 사회면에 등장할 때가 더 많았다는 주위의 농담처럼 훈련 이탈, 음주 사고 등 사고뭉치로 지내던 신선수를 지켜준 사람은 동갑내기 김씨였다.

결혼식 전 김씨는 "운동하는 남편이 집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했다. 어린아이들이 떠들까봐 들쳐업고 동네를 돌아다닐 때 눈물도 많이 흘렸다"며 지난 인고(忍苦)의 시간을 회상했다. 결혼식 직후 신선수는 부인과 단둘이서 태국 푸켓으로 4박5일 신혼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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