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 'KT' 도메인 놓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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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데 수십억원?'

지난 11일 창립 20주년을 맞아 회사 이름을 바꾸고, 이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밝힌 KT(옛 한국통신)가 인터넷 도메인 'KT.com'이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팔리는 줄도 모른 채 놓친 것으로 14일 밝혀졌다.

KT의 최상위 도메인인 KT.com이 외국의 한 경매 사이트에 등장한 것은 이달 초. 등록기간이 만료된 도메인만을 골라 경매방식으로 판매하는 이 사이트에서 KT.com을 사들인 사람은 한국인 허모씨. 허씨는 지난 3일 2만8백95달러(약 2천6백만원)를 제시해 도메인을 낙찰받았다. 허씨는 값어치가 있을 만한 도메인을 사들여 비싼 값에 되파는 도메인 전문가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KT측은 "KT.com이 경매되는 사실을 몰랐고 허씨로부터 연락받은 적도 없다"며 "일단 KT.co.kr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메인 전문업체인 후이즈의 윤원철 팀장은 "글로벌 기업들은 도메인을 사이버 브랜드의 핵심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사명 변경 작업을 공공연하게 진행해 온 KT측이 조금만 관심을 가졌어도 도메인을 쉽게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메인 업계에서는 KT가 이 도메인을 사려면 수십억원은 줘야 할 것으로 본다. 두루넷은 지난해 초 재미교포가 갖고 있던 '코리아닷컴(http://www.korea.com)'도메인을 5백만달러(약 60억원)에 사들인 바 있다.

이상철 KT 사장은 이에 대해 "도메인 브로커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부르는 경향이 있어 제의가 오더라도 시간을 갖고 여유있게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KT는 지난해 8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글로벌 브랜드 구축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사명을 바꾸기로 결정하고 그동안 4백억원을 들여 CI(기업이미지통합)작업을 해 왔다.

올 초에는 사명을 KT로 사실상 확정하면서 기업 슬로건을 '렛츠KT(Let's KT)'로 정해 그룹 내 모든 광고에 선보였고, KT아이컴.KTF.KT링커스 등 자회사의 'KT화'도 마무리지었다.

원낙연 기자 yan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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