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씨 비자금 사건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노태우씨 비자금 사건'은 1995년 10월 19일 당시 민주당 박계동(현 한나라당) 의원의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의가 발단이었다.

박 의원은 노씨가 대통령에서 퇴임(93년)하기 직전 개설한 은행 차명계좌를 제시하며 "시중은행 40개 계좌에 100억원씩, 모두 4000억원의 비자금이 예치돼 있다"고 폭로했다. 대통령 퇴임 이후 간간이 흘러나오던 '수천억 비자금'설을 공론화한 것이다.

이어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장이 문제의 계좌가 존재하고 있다고 시인했고, 검찰은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계좌 추적과 주변 인사들에 대한 조사로 압박해오자 노씨는 같은 해 10월 27일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재임 기간에 통치자금이 필요해 기업의 성금으로 5000억원 정도를 모았고, 1700억원가량이 남아 있다"고 실토했다.

검찰은 노씨를 구속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이현우 전 경호실장과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을 비롯한 삼성.현대.대우.LG 등 35개 대기업 총수가 줄줄이 소환됐다. 수사 결과 이현우씨와 금진호 당시 민자당 의원, 이원조 전 의원 등이 역할을 분담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씨는 정책 건의 등을 듣는다는 명분으로 기업인들을 만나 "통치자금이 필요하다"며 금품 제공을 유도했으며, 이현우씨는 850억원을 직접 모금하는 등 자금을 관리했다. 노씨의 동서인 금씨는 기업인들에게 대통령 면담을 주선해 주며 149억여원을 거뒀다. 이렇게 해서 35개 기업에서 적게는 5억원, 많게는 250억원까지 모금된 돈을 이태진 전 대통령 경호실 경리과장이 차명계좌 등으로 관리했다. 그해 12월 검찰은 기업인 조사를 통해 확인한 2838억9600만원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