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지명 41일 만에 자진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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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격성 논란을 빚어온 이동흡(62·사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13일 저녁 전격 사퇴했다. 지난달 3일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헌재소장 후보자에 지명된 지 41일 만이다. 이 후보자가 사퇴함에 따라 이 대통령은 새 헌재소장 후보자 인선에 나설 전망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저녁 ‘공직 후보 사퇴의 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그동안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오늘자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각종 의혹과 논란 속에 적격성 시비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특정업무경비 3억2000여만원을 개인계좌에 입금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공금 전용 논란을 빚었다. 여기에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재산증식 의혹에 법관과 헌법재판관 재직 시절 부적절한 행태에 대한 폭로까지 이어지면서 지난달 21~22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고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이 후보자는 사퇴 압박 속에서도 한 달 가까이 거취 표명을 미뤄왔다. 지난 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청문회를 계기로 ‘괴물 이동흡’이 만들어졌다. 명예훼손을 당해 억울했다”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개인) 통장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바람에 특정업무경비 지침을 개선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재임 6년간 받았던 (특정업무경비) 전액을 사회에 환원할 용의가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오히려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후보자가 전격 사퇴한 것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6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는 등 새 정부 구성에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더 이상 국정운영에 방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다음 달 22일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송두환 헌법재판관이 퇴임을 앞두고 있어 헌재소장 인선이 더 늦어질 경우 헌재 기능 마비가 우려되고 있는 것도 결심을 굳힌 이유로 꼽힌다.

  차기 헌재소장 후보자로는 이 후보자와 최종 경합을 벌였던 목영준(58·사법연수원 10기), 민형기(64·6기) 전 헌법재판관 등이 거론된다. 헌재 관계자는 “안창호 헌법재판관의 검찰총장 후보추천위 인사검증 동의,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등의 사태를 겪으면서 헌재의 위상이 크게 실추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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