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비, 신랑이 신부보다 두 배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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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요즘 결혼 비용은 얼마나 들까.

 신혼집을 포함해 총 결혼 비용은 신랑 측이 5712만원, 신부 측이 2672만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랑의 지출이 신부의 2배 이상이다. 신혼집 마련 비용은 신랑 측이 3480만원, 신부 측이 431만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랑은 집, 신부는 살림 구입 공식이 적용되고 있었다.

 경북 지역 주민들이 ‘착한’(검소한) 결혼을 위한 소비 의식 조사에서 응답한 결과다.

 경북도 소비자보호센터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20일까지 결혼문화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원 방안을 찾기 위해 포항·구미·김천·경산·칠곡 등 5개 지역 주민 1000명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이번 조사에서 결혼 적령기는 남성은 31.3세, 여성은 29.5세로 나타났다.

 결혼 시기가 늦어지는 이유로는 어려운 취업 여건 때문이라는 인식이 38.3%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결혼자금 부담(24.7%)을 들었다. 젊은이들이 취업난 때문에 경제적 여력이 부족해 결혼을 미루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또 결혼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방식(15.5%)과 여성의 사회적 진출 확대(12.7%)도 결혼을 늦추는 원인으로 응답했다.

 결혼 자금이 부담이 돼 실제로 결혼하지 않거나 미루는 경우를 주위에서 보았다는 응답은 63.1%로 나타났다. 결혼식에서 과도한 소비문화가 확산되는 것은 남만큼 해야 한다는 체면문화(39.1%)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 답했다. 과시적인 소비지향 욕구(30.9%)도 과도한 결혼식을 부추기는 주요한 원인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의 80.5%는 그래서 과다한 결혼자금 소요에 따른 결혼 소비문화가 심각한 상태라고 느끼고 있었다.

 결혼에 드는 지출 항목은 예물예단비용(81.6%)과 주택구입자금(56.1%)이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나타났다. 또 미혼자는 기혼자보다 주택구입자금(64.7%)과 혼수(59.0%)에 대한 개선을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에 비해 기혼자는 호텔예식비용(40.4%) 개선을 더 많이 바랐다. 조사는 기혼자와 미혼자를 구분해 이루어졌다.

 예단에 대한 인식은 양가가 서로 마음만 맞으면 생략하고 싶다는 응답이 48.1%였고 형식적으로 기본만 하고 싶다는 의견이 43.0%, 전통 방식이니 남들이 하는 만큼 해야 한다는 생각은 7.5%로 조사됐다. 이는 예단을 생략하거나 줄이고 싶지만 주변 여건과 환경이 여의치 않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 밖에 결혼식 축의금은 적정한 1회 금액이 이번 조사에서 69.1%가 5만원이라고 응답했다. 10만원(15.8%)과 5만원 미만(9.1%)도 있었지만 평균 축의금은 6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경북도 장성학 민생경제교통과장은 “돈이 덜 드는 결혼 소비문화 정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며 “도가 나서 저렴한 예식장을 마련하는 등 실질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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