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전날 盧 문전박대… 정몽준 "술취해 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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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얼굴) 대표와 민주당 최고위원인 정대철(鄭大哲) 의원이 시내 한정식 집에서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鄭대표가 저녁 식사나 함께 하자고 청해 마련된 자리였다고 한다.

대선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18일 밤 공조 파기를 선언했던 鄭대표가 꼭 한달 만에 민주당의 고위 관계자와 접촉한 것이다.

그래서 鄭대표가 노무현 당선자와의 화해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鄭의원은 盧당선자의 핵심 측근으로 대선 때 선대위원장을 지냈다.

만남에선 대선 전날 밤 鄭대표의 평창동 자택 앞에서 벌어진 일이 화제가 됐다고 한다. 鄭대표의 공조 파기 소식을 접한 鄭의원은 당시 노무현 후보와 함께 평창동 자택으로 달려갔지만 鄭대표의 비서는 '잠을 잔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盧후보가 돌아간 뒤에도 鄭의원은 한 시간여를 추위 속에서 떨며 鄭대표가 나오기를 기다렸었다.

鄭의원이 "그때 왜 만나주지 않았느냐"고 묻자 鄭대표는 "나는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었고, 집사람(金寧明여사)은 대문 앞에 기자들이 너무 많아 무서워서 문을 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鄭의원은 "그때는 섭섭했지만… 그게 역으로 작용해 당선에 도움이 됐다"고 감쌌다고 한다. 그러나 鄭대표가 민주당과의 공조 파기를 결심한 이유 등 서로 간에 껄끄러운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鄭의원이 전했다.

鄭의원은 "양주 한병을 빨리 비웠는데 鄭대표가 한병을 더 마시자고 하더라. 좋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鄭대표는 대선 이후 전화통화 등을 통해 몇 차례에 걸쳐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鄭의원이 소개했다.

鄭대표는 다음달 초 미국으로 출국해 스탠퍼드대 국제문제연구소의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 예정이다. 귀국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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