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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보다 1분기 실적에 주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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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올 1분기 말이 가까워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영업 실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지난주 큰 폭으로 내렸지만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 내수주들은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반면 반도체 가격을 비롯한 정보기술(IT) 시장의 회복은 예상보다 더뎌 증시에 적지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정기일수록 실적에 따라 업종이나 종목간 주가 흐름이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분기 실적에 주목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체 증시의 방향도 기업들의 전반적인 경영성적이 얼마나 좋아지느냐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실적 호전주를 주목하라=대신경제연구소가 최근 주요 제조업 163개사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18.3%)보다는 좋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가 큰 폭은 아니지만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업종별로는 내수주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연초 증시 활황으로 증권사의 매출이 늘었고,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은행주들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CJ홈쇼핑을 비롯한 유통업과 음식료 업종도 호전된 소비 심리의 덕을 볼 전망이다. 지난해 이미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제약업종 역시 1분기 실적이 탄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스코.호남석유화학 등 중국 경제와 관계가 깊은 철강.화학 관련 업종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조선주의 약진도 지속되고 있다.

서정광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음식료.조선 등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업종에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증시 조정 국면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기업 실적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진한 IT주=IT 업종은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바닥을 치고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LG필립스LCD가 영업 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하는 증권사들이 적지 않고, 삼성SDI는 영업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감소할 것이란 보고서까지 나오고 있다. LG전자.삼성전기도 실적이 좋아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시장에 지배적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적어도 연초 전문가들이 전망했던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휴대전화 내수 판매가 큰 폭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우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하락까지 겹쳐 대표적인 수출 기업인 IT 기업들이 실적이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IT업종에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거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 증시의 조정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이달 말까지 조정 국면이 이어지겠지만 내수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이 호전되고 있기 때문에 실적 발표 시기에 맞춰 증시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훈석 동원증권 선임연구원은 "기업 실적뿐 아니라 산업활동동향 등의 거시 경제 관련 지표들이 분명한 특징을 보일 때까지 예단을 갖지말고 시장을 지켜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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