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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MLS, 스포츠 대국속의 구멍가게

중앙일보

입력

9일 한국과의 평가전을 위해 방한한 미국축구대표팀의 최고액 연봉 선수와 K-리그 국내선수 중 최고인 김도훈(전북) 중 누가 더 많이 받을까? 미국이 축구의 불모지라고는 하지만 미국 프로스포츠의 천문학적 선수몸값을 감안하면 이같은 비교 자체가 불합리할 지 모르지만 8일 환율로 환산하면 2001 시즌연봉이 3억3천500만원인 김도훈이 불과 677만원 적게 받을 뿐이다.

이는 미국프로축구리그(MLS)가 각 구단별 정규 로스터 18명에 대한 샐러리캡을170만달러로 묶어 둔 가운데 선수 1명에 대한 연봉상한선은 27만달러(약 3억4천177만원)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 미국프로축구는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행인 까닭에 방한한 19명 중 상한액을 받는 선수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김도훈 정도면 미국에서도 최상급 몸값에 속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마이클 캐멀먼 미국팀 언론담당관은 "축구구단들은 적자를 보고 있으며 기타 메이저스포츠에 비해 저변이 취약하다"며 "샐러리캡은 고액의 외국선수에대한 의존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국내선수들을 보호하는 한편 각 구단의 균형적인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투자자들이 MLS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가운데 MLS가 각 구단을 대신해선수들과의 모든 계약을 체결하도록 돼 있어 과당경쟁에 따른 선수 몸값 인플레는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생각보다 낮은 샐러리캡에서 보듯 96년 미국에서 프로리그를 출범시킨 축구의위상은 아직까지 야구, 풋볼, 아이스하키, 농구 등 메이저종목의 틈바구니 속에 낀군소 종목 정도에 불과한 상황. 현재 12개 팀 중 컬럼버스 크루와 마이애미 퓨전만 전용구장을 갖고 있을 뿐 나머지팀들은 대부분 연고지역 풋볼팀의 구장에 세들어 살고 있는 처지다.

한편 축구가 미국에서 유독 `찬밥대우'를 받는 이유를 분석한 것 중 재미있는것은 무승부가 많이 나는 축구의 특성이 승부가르기를 좋아하는 미국인의 성향에 잘맞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이같은 측면을 감안한 MLS는 지난 99년까지 독특한 형태의 `미국식' 승부차기를도입해 축구의 `미국화'를 시도했었다.

전.후반 90분을 무승부로 끝낸뒤 이어지는 이 승부차기는 골대 약 31m앞에 공을세워두고 키커가 5초 이내에 골을 넣어야 하는데 키커는 드리블을 할 수 있으며 골키퍼도 골대를 떠나 키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돼 있어 흡사 아이스하키의 페널티샷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정통축구를 추구하는 미국내 열성팬들의 끈질긴 반대 속에 99년 말 폐지됐고 지금은 90분을 마친 뒤 10분간 연장전을 가지는 형태로 무승부를 받아들이고 있다.

캐머맨 미디어담당관은 "축구 흥행이 성공하기에 미국은 이미 스포츠로 너무 복잡하다"면서도 "현재 경기당 평균 관중 1만5천여명에 이르는데다 축구가 유소년층들에게 기타 메이저종목 이상으로 보급되고 있는 추세여서 전망은 밝은편"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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