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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4대 강 홍보, 수달이 기가 막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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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준호
경제부문 기자

국토해양부는 지난 4일 엠바고(보도유예) 조건으로 1급수에나 산다는 천연기념물 수달이 공주보에 나타났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수달은 물론 고라니까지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제공했다. ‘이웃 일본은 지난해 9월 수달 멸종을 공식 선언했는데, 우리나라는 4대 강 주변 환경이 점차 복원되면서 수달과 고라니 같은 자연 동·식물의 서식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거창하게 비교까지 했다. 최근 감사원의 4대 강 부실공사 감사 발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그러고는 이틀 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이 출입기자들과 함께 세종시 인근 금강 공주보를 찾았다.

 하지만 정작 수달이 뛰노는 금강의 장면을 기대하며 공주보를 찾았을 때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마침 수문을 열고 물을 내보내느라 어수선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수달이 원래 야행성이라 낮에는 잘 나타나지 않아서였는지는 알 수 없다. 대신 보 한쪽에 세운 공주보 문화관에서 보여준 수달 동영상에 만족해야 했다.

 결정적 사달은 국토부가 홍보를 위해 초청한 수달 전문가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장의 입에서 나왔다.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수달이 원래부터 공주보 주변에 살았는데, 공사가 끝나고 다시 돌아온 것이다. 사실 공주보 건설로 수달의 서식 환경이 악화됐다. 수달이 보 구조물 위에서 발견된 것은 쉴 곳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순간 현장에 있던 국토부 사람들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권 장관이 “그래도 보 건설로 수량이 늘었으면 어종이 풍부해졌을 것이고, 그러면 수달의 서식 환경도 좋아지는 것 아니냐”고 반론했다. 그러나 한 박사는 “원래 (금강) 본류는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에 그 정도로는 별 영향이 없다”고 재반박했다. 전문가 설명이 당초 의도에서 크게 어긋나자 국토부 측은 “현재 생태 환경이 회복하는 단계에 있다”는 정도로 간신히 무마했다.

 ‘공주보 수달 해프닝’으로 인터넷은 요란했다. “국토부 장관이 공주보에 달려간 게 수달 한 마리 출현 때문이라고요? 코미디도 원” “공주보에 수달 출현? 원래 살고 있었거든” 같은 비아냥이 쏟아졌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었다. 4대 강이 홍수를 막고 가뭄에 대비해 물그릇 키우는 효과를 부인할 수는 없으며, 4대 강 공사를 주도해 온 권 장관 입장에선 감사원까지 합세한 비난의 화살이 섭섭할 수 있다. 마침 4대 강 공사를 맡아온 한국수자원공사가 태국 통합물관리사업 수주전에서 3배수 최종 후보자로 선정됐다는 낭보도 날아왔다. 하지만 2년 만에 마친 22조원짜리 초대형 공사는 총리실 차원의 조사가 남아 있다. 지금은 어설픈 홍보 대신 향후 보완대책을 찾는 데 주력할 때다.

최준호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