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권의 수호와 대일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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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정부와 한 국민의 치열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금명간 북괴기술자에 대한 입국사증을 기어이 발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또 북괴배구심판 3명의 일본 입국허가 설이 보도되고 있어 우리의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금명간 향항에서 북괴 측에 발급되리라는 그들 기술자의 일본입국 「비자」문제에 대해서 본란은 누차에 걸쳐 그 부당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와 아울러 장구한 역사적 안목에서 한·일 양국 간의 진정한 친선우호관계의 유지를 이해서는 이러한 문제 발단의 기본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한·일 기본조약 제3조에 대한 본질적인 재검토와 더불어 필요하다면 그에 관한 재교섭이 있어야 하겠다는 점도 거듭 강조하여 왔다.
이렇듯 북괴기술자입국문제가 지나는 중대한 성격에 비추어 외교경로를 통한 실질적인 저지 등을 진보시키고 있는 이 기회에, 일본측이 이제 다시 북괴배구심판의 입국허가를 결정함으로써 북괴기술자에 대한 입국사증발급의 귀결을 냉정하게 주시해 오던 한 국민의 대일 감정을 또 한번 격앙시키고 있는 일본측의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를 우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기술자이건 운동선수이건, 또는 경기심판자의 경우이든, 일본정부는 북괴집단이 발행한 여권에 대해서 입국허용의 사증을 발급하는 것이고 보면, 그것이 전례가 되든 안되든, 또한 예외이든 아니든 간에, 일본이 북괴를 하나의 「정권」으로 인정하고서 취하는 국제법상의 행위임이 분명하다.
한·일 조약 비준 당시의 기본조약 제3조에 대한 우리 정부당국자의 해석에 따른다면 명백한 조약 위배로 규정할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일본측에서는 동 제3조가 어디까지나 현재 대한민국통치권이 실질적으로 미치고 있는 영역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를 의미하며, 따라서 여타 지역의 한반도에 대해서는 백지상태라는 공적견해를 숨기려 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만고 일본측이 이러한 기본견해에서 북괴기술자와 체육인의 입국사증을 발급하는 것이라면 한국은 일본측의 「두개의 한국」관을 강요당하고 있는 셈이며, 국제사회에서도 한반도에는 또 하나의 「실질적 정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공인하게 하는 결과가 초래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한국주권에 얼마나 엄청난 침해를 가져온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조차 없다. 이렇게 생각할 때 경제거래상의 고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기본적인 국가적 치명상을 입게 될 우려가 없지 않다는 점을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작금 정부에서 다시 서두르기 시작한 「유엔」대책이나 통일문제대책 등은 무엇보다도 대한민국만이 한반도 전역에 있어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대전제가 내외에 걸쳐 명백히 공인된 토대 위에서만 마련되어야 하며, 또한 그러한 전제 위에서 추진이 되고 성취가 되어야 한다는 엄숙한 사실에 상도 할 때 북괴기술자나 체육인의 일본입국허가여부의 문제는 결코 비소사소한 일일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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