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 지적장애인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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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을 가진 딸(김유나·20)을 둔 나경원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지적장애인들의 권리와 복지가 향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창=김성룡 기자]

“지적장애인도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

 나경원(50)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이렇게 평가했다. 4일 평창 알펜시아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다. 매일 새벽 2시까지 이어진 일정 탓에 지쳐 보이기도 했지만 목소리엔 힘이 가득했다. 나 위원장은 “ 스페셜올림픽을 통해 지적장애인들의 권리와 복지가 향상되길 바란다. 그게 이번 대회가 남기고자 하는 유산”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평가하자면.

 “지적장애인에 대한 숙제는 단추가 여러 개 달린 옷과 비슷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변화라는 첫 단추는 꿰어졌지만 아직도 많은 단추가 남아 있다. 다음 단추를 꿰는 데 필요한 건 지속적인 관심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한다. 이번 대회의 글로벌 서밋을 통해 발표된 평창 선언이 고민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평창 선언의 의미는.

 “이번 스페셜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 세계 지도자들이 모인 글로벌 서밋이다. 지적장애인의 권리와 인권을 발표했다. 핵심은 그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주고 함께 행동하자는 것이다. 아웅산 수지 여사는 이번 행사에서 인권은 천부적인 권리이며 지적장애인도 향유해야 한다고 하면서 ‘지적장애인들의 삶은 노 없는 배와 같다’고 했다. 혼자선 앞으로 나갈 수 없고 파도와 조류에 쉽게 밀려 다닐 수 있어서다. 그렇기에 다른 배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향을 찾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사회가 그들을 배려해야 한다.”

 -조직위원장이기에 앞서 장애를 가진 한 아이의 엄마다. 평소에 차별적인 시선을 느끼나.

 “나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지만 내 아이를 욕하는 것은 참기 어렵다. 어느 부모가 자기 아이를 차별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을 좋아하겠나. 장애아를 차별하는 시선이 하루 아침에 없어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점점 사라질 거라고 믿는다.”

 - 자랑하고 싶은 프로그램과 아쉬웠던 부분은.

 “자랑하고 싶은 건 스페셜 핸즈 프로그램이다. 몽골·베트남 등 스페셜올림픽에 한 번도 참가하지 못한 7개국 40여 명을 초청했다. 이 중에는 스노슈잉 경기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선수도 있다. 아쉬운 점은 전 세계 106개 국가가 참여했는데 북한 선수들이 참여하지 못한 거다.”

 -인도에 눈이 쌓여 있는 등 경기 운영에 부족한 점도 보였다.

 “대회 직전에 눈이 많이 내려 대회 이틀 전부터 제설작업을 시작했다. 군부대에서 지원을 해주셨다. 시설에 투자 할 여력이 없어 기존 시설로 해결해야만 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려고 했다.”

 -스포츠 스타·영화배우 등 유명 인사들이 평창을 찾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은 누군가.

 “맨 섬(Isle of Man) 국가대표로 출전해 지난달 30일 병원에서 숨진 데렉 코윈(25)의 아버지 케빈 코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보통 사람이면 조직위에 책임을 물었을 것 같은데 소식을 전해 듣고 급하게 한국에 오셨는데도 낙심할 선수들 걱정을 먼저 하시더라. 위대한 아버지셨다.”

 -앞으로 계획은.

 “사랑나눔 위 캔(장애인을 위한 사단법인)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글=강기헌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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