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일가족 살인사건’ 피해자들 가입 보험금 액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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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전북 전주시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인사건으로 숨진 피해자들이 가입한 보험금이 2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보험금을 노린 범행인 것으로 가닥이 잡혀 가고 있다. 경찰은 또 연탄가스로 부모와 형을 살해한 용의자 박모(24)씨의 외삼촌인 현직 경찰관이 박씨의 범행 사실을 알고도 증거 인멸을 도운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전북경찰청은 5일 “용의자 박씨의 부모가 30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고, 숨진 부모와 형 명의로 든 보험금이 26억원대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살해 동기와의 관련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일가족이 가입한 보험은 아버지(52)·어머니(55)가 각각 11개, 형(26) 10개 등 모두 32개로 수령인은 대부분 법적상속인이거나 박씨 가족 중 한 사람으로 돼 있다.

보험금은 아버지 7억6000만원, 어머니 13억9000만원, 형 4억3000만원이며 월 보험료가 3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박씨 가족의 재산은 아버지가 소유한 콩나물 공장, 토지 등 30억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경찰의 심리테스트 결과 박씨에게서는 사이코패스가 갖는 특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또 “박씨가 부모·형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이고 연탄가스를 피워 숨지게 한 사실을 경찰관인 외삼촌 황모(42) 경사에게 털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황 경사는 부안경찰서 관내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 중이다. 경찰은 황 경사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지난달 30일 부모 등과 함께 전북대병원으로 실려간 뒤 병문안을 온 황 경사에게 “형의 제의로 부모를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차량의 연탄 가루 등 증거물을 치워 달라”고 부탁했지만, 황 경사는 “경찰인 내가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며 거절했다. 박씨는 사건 당일 병문안을 온 중학교 동창 친구 세 명에게 “연탄을 실어 나른 싼타페 차량과 연탁화덕 모의 실험을 한 원룸에 연탄 가루가 남아 있으니 이를 치워달라”고 요청했다. 친구들이 “무서워 못하겠다”며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이자 “경찰관인 외삼촌의 도움을 받으라”고 덧붙였다. 이튿날 황 경사는 박씨의 친구들에게 “싼타페 차량을 세차하라”고 지시했고 친구들은 이를 행동으로 옮겼다.

 하지만 전북경찰청의 과학수사계 직원들은 다음 날 싼타페 차량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데 결정적 열쇠가 된 연탄 가루를 채취했다. 박씨의 친구들은 이번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는 등 파문이 커지자 3일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황 경사는 “매형과 누나, 큰조카는 어차피 숨진 뒤라 작은조카 하나라도 살려내야 한다는 생각에 증거 인멸을 돕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 경사와 함께 박씨의 친구들도 증거 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박씨는 지난달 30일 전주시 송천동 아파트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형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여 잠들게 한 뒤 방에 연탄화덕을 피워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인)로 4일 구속됐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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