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암예방 효과있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쌀은 억울하다.

쏟아져 들어오는 서양 대체식과 각종 건강 식품에 밀려 소비가 감소하는데다 비만의 주범인양 인식돼 식탁에서도 적잖이 소외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쌀은 우리 민족의 영원한 에너지원이다.식이(食餌) 섬유는 물론 단백질·지방·비타민이 풍부해 건강을 지켜주는 생명원이기도 하다.

나아가 성인병을 억제하는 성분들이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있어 주목된다.

◇ 고혈압을 내리는 '가바(GABA) '=요즘 쌀의 건강 효과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다소 흥분한 기색이다. 쌀에 고혈압을 개선하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

가바라고 불리는 이 물질은 특히 혈액 내 중성 지방을 줄이고, 간 기능을 높여줘 성인병을 예방해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바란 무엇일까.

한국식품연구원 하태열 박사는 "가바는 감마 아미노락산이란 물질이며 쌀의 배아(쌀눈) 에 풍부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차(茶) 나 다른 곡물에도 있지만 쌀의 혈압 개선 효과가 더 크다. 가바는 현미(玄米) 1백g당 8㎎, 백미(도정에 따라 차이 있음) 에는 5㎎ 정도 들어 있다. 이 정도 양으로는 건강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가바의 신비가 여기에 있다. 일본 신주(信州) 대학 농학부 연구팀이 물에 불린 쌀을 측정했더니 가바가 크게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

물에 담가두면 쌀의 배아가 발아(發芽) 준비에 들어가면서 가바가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섭씨 40도 물에서 네시간 후 쌀 1백g당 가바 함량이 3백㎎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 양이면 하루 세끼 식사만으로 가바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주부들은 <표> 에서처럼 충분히 물에 불린 후 조리할 필요가 있다. 가바는 현재 뇌 혈류를 개선하는 의약품으로도 연구되고 있다.

◇ 대장암 예방하는 IP6=요즘 쌀 연구에서 관심을 끄는 주제가 IP6이다. 현미의 식이 섬유에 많은 이 물질은 대장암 예방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

IP6은 세포의 생장에 빼놓을 수 없는 물질.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암 예방은 물론 지방간이나 동맥 경화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 샘스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대장암에 걸린 쥐에 1% IP6 수용액을 주었더니 암세포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쌀겨에 주로 있는 IP6은 현미에 2.2%가 함유되어 있고, 도정 정도에 따라 함유량이 떨어진다.

결국 쌀의 건강 효과는 현미가 가장 좋고 3분도 쌀> 5분도 쌀> 7분도 쌀> 배아 미> 백미의 순인 것이다. 오래 씹어야 하는 현미의 선택이 쉽지 않다면 쌀눈이 붙어 있는 쌀이라도 선택해보자.

◇ 쌀은 비만의 주범일까=쌀의 영양을 이루는 주종은 탄수화물(당질) 이다. 밥 한공기 2백~2백50g은 3백50㎉의 열량을 낸다. 일상생활은 물론 두뇌 활동에 절대적인 에너지 공급원인 셈. 문제는 밥을 먹으면 살이 찐다고 해서 기피한다는 사실이다.

숙대 식품영양학과 승정자 교수는 "하루 세끼 밥을 먹어도 실제 우리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65%밖에 안된다"며 "몸이 비만해지는 것은 야채 중심의 전통 식사 대신 육가공 식품을 과잉 섭취하고 군것질을 하는 게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쌀밥은 빵.국수와는 달리 식후 혈액 내 인슐린 수치를 서서히 증가시킨다. 인슐린 수치가 가파르게 증가하면 혈당이 급격히 상승해 비만 세포에 지방이 많이 저장된다.

'먹어야 살이 빠진다'의 저자인 일본의 스즈키 소노코는 "쌀밥을 하루 세끼 똑같은 양으로 먹을 경우 체내 포도당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돼 살이 찌지 않는다"며 쌀밥을 훌륭한 다이어트 식품으로 추천했다.

쌀은 단백질 공급원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 양의 약 3분의1이 쌀을 포함한 곡류에서 섭취된다. 쌀 단백질은 다른 곡류에 비해 함량은 적지만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옥수수.밀가루보다 두배나 많다. 또 쌀 단백질은 체내 이용률이 높아 콜레스테롤이나 중성 지방의 농도를 낮춘다.

이밖에도 쌀에는 엽산을 포함한 비타민 B군은 물론 비타민 E.마그네슘 등이 풍부하다. 비타민 E 등은 강력한 항산화(抗酸化) 작용을 하기 때문에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

※농진청 자료실 (http://www2.rda.go.kr/food) (향토식품연구회) 의 식품정보 중 '쌀과 식생활'참고.

고종관 기자

*** 현미밥 짓기·먹기

▶현미를 물에 24시간 이상 담가 물을 충분히 흡수시킨 뒤 조리한다.

▶쌀 중 현미 비율을 5%에서 시작해 10%까지 점차 늘려간다.

▶30회 이상 꼭꼭 씹어먹으면 소화도 촉진하고 빨리 포만감이 와서 다이어트에 좋다.

▶콩.조와 같은 잡곡을 함께 넣어 밥을 짓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