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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서 생긴 입술 물집인 줄 알았더니···바이러스 감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에 사는 이민영(36)씨는 최근 6 살배기 아들인 성민이의 입술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입술 주변 전체가 빨갛게 부어오르다 못해 흉하게 물집까지 생겼던 것. 어린이집과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주말에는 썰매장과 실내놀이터에서 뛰어놀아 피곤해서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쉬면 괜찮아지겠지’하며 푹 재웠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병원을 찾은 성민이는 면역력 저하로 인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1등만 강요하는 사회풍조, 어린이 환자수 급증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말 그대로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나타나는 질환으로, 피부점막이나 손상된 피부, 성관계로 우리 몸에 들어와 평생 감각신경에 잠복하다 자극을 받으면 재발한다.

최근 성민이처럼 면역력 저하와 어릴 때부터 이어지는 학업 스트레스, 아토피 피부염 유병률 증가, 감염 초기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질환 특성 등으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 10세 이하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기온 차가 심한 겨울철에는 면역력이 저하되기 쉬워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더 높다.

오늘날 어린이는 인스턴트, 패스트푸드와 같은 고열량의 음식 섭취로 덩치가 커졌지만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갖지 못해 과거 같은 연령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진다. 또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몸에 침투한 초기에 반응이 가장 활발해 이 병에 처음 걸린 10대 이하의 어린이에게서 증상이 극심하게 나타난다. 피부 면역이 저하된 아토피 피부염의 유병률 증가도 어린이 환자수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성인은 연고를 바르는 등 자가치료를 하지만 10세 이하는 병명과 발병 이유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대다수의 환자가 보호자와 함께 병원을 찾는 경향이 있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느는 것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재발이 늘어난 데다 아토피 피부염, 면역억제제 복용으로 면역상태가 저하됐기 때문“이라며 ”1형 단순포진에 걸린 어른이 5세 이하의 아이에게 뽀뽀를 하는 것만으로도 전염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10세 이하 어린이 연간 15만명이 헤르페스 감염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질병통계 자료에 따르면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진단을 받은 전체 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 2011년에만 66만 여명이나 됐다. 이는 2009년보다 9만5106명, 16.6% 늘어난 수치로 2009년에는 56만9922명, 2010년에는 62만7108명이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성별로는 여성이 39만5523명, 남성이 26만9505명으로 여성 환자가 12만6018명 더 많았고 연령별로는 0~9세 어린이 환자가 14만9660명(22.5%)으로 대다수였다. 40대가 10만6110명(16%), 50대 9만9899명(15%), 30대가 9만8404명(14.8%)로 뒤를 이었다.

발병률은 0~9세가 높았지만 증가율은 50대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50대는 2년 사이 환자수가 2만2211명이 늘어 28.5% 증가했다. 0~9세와 70대 이상도 각각 27%, 20%로 환자수가 3만1817명, 6583명 늘었다.

환자수가 증가하다 보니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의 질환 순위도 매년 앞당겨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질병소분류별 다빈도 상병 급여현황에 따르면 2009년 여성과 남성 질환에서 93위와 95위를 기록했던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2010년 84위와 91위로 훌쩍 뛰어오른 뒤 2011년에는 82위와 89위로 90위권 내에 진입했다.

면역력이 약해진 어른도 헤르페스에 취약
통계에서 보듯 30~50대 환자수도 적지 않다. 성인 역시 바쁘고 피곤한 생활이 이어지면서 스트레스가 쌓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바쁜 생활로 인해 식사를 거르거나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면서 면역력이 저하돼 몸속에 숨어있던 바이러스를 자극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입술 주위에 증상이 나타나는 1형 외에도 성기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2형 환자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과거에 비해 성에 대해 자유로워진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성관계가 아닌 단순 접촉만으로도 전염된다. 성관계에 의한 감염률은 여자가 80~90%, 남성이 50% 정도다. 만일 소아 환자에서 2형 단순포진이 발생했다면 성추행을 의심해 볼 법하다.

이밖에도 상기도 감염과 같은 열성 질환, 과도한 햇볕 노출, 월경 등도 바이러스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몸속에 숨어있다 불쑥 불쑥 나타나는 질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물집(수포)이다. 특히 증상이 어느 곳에 나타났느냐에 따라 1형과 2형으로 구분한다. 구강 또는 입술 주변에 생겼다면 1형, 생식기 주변에 발병했다면 2형이다. 심하게는 허벅지 안쪽과 엉덩이, 항문 등에도 생긴다. 만약 물집이 다른 세균에 감염되면 진물이 나고 사타구니의 임파선이 부어올라 걷기 힘들 수도 있다.

정도는 개인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경미한 경우도, 아주 심한 사람도 있다. 일반적으로 물집과 궤양은 2~3주면 없어지지만 한 달 가량 지속되는 사례도 있다. 증상이 없다 해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지만 보균자나 감염자가 사용한 변기와 목욕탕, 수건을 썼다고 해서 감염되지는 않는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산부, 태아로도 전염 가능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안타깝게도 완치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증상을 최소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환부는 미지근한 물로 닦고 자연 건조시키거나 헤어드라이어로 말려 보송보송한 상태를 유지한다. 물집을 터뜨리면 흉터가 생기고 세균에 감염될 확률이 높은 만큼 삼간다. 손에 묻은 균이 다른 부위에 닿아 전염시킬 수 있으므로 물집은 그대로 둔다. 잘못된 국소 도포제 역시 병을 지속시킬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지시를 따른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대상포진과도 증상이 유사한 만큼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과거에 수두를 앓았는지 또는 물집이 생긴 위치 등을 통해 구분이 가능하지만 필요에 따라 물집의 세포를 배양해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검사를 실시한다.
치료는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감염 기간과 증상의 정도, 전염력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바이러스가 증상 발현 초기 때 가장 활발하게 작용하는 특성상 물집이 생기기 전, 통증과 발염감이 있기 전이나 발생 직후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아 증상 악화를 막는다. 2형의 경우 성관계를 금하고 파트너와 함께 치료받는다.

또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손을 자주 씻고 아이들과 접촉을 주의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태아에게도 유전된다. 따라서 임신 중이라면 주치의에게 이 사실을 알려 아이로의 전염을 막는다. 2형의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을 앓은 적이 있는 임산부에게는 일반적으로 제왕절개술을 권한다.
무엇보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생활하고 면역력을 키우는 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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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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