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현욱의 과학 산책

유망한 사업 위성 발사 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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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

인공위성의 발사를 대행하는 사업은 경쟁이 치열하고 실패도 많다. 지난 1일 유럽 통신위성을 싣고 발사된 우크라이나-러시아 합작 로켓(Zenit-3SL)은 실패 사례다. 하와이 남쪽의 해상기지에서 발사 40초 만에 수장되고 말았다. 미국 보잉사가 제조한 6.2t 무게의 위성(Intelsat-27)은 정지 궤도에 도달한 뒤 미국과 유럽에 TV방송과 휴대전화를 서비스할 예정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주관한 것은 러시아 컨소시엄이 소유한 ‘해상 발사(Sea Launch)’사다. 굳이 적도 해역을 찾아간 것은 통신위성의 발사 장소로서 최적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전에 따른 원심력이 가장 큰 지역이라 로켓의 추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문제의 제니트 로켓은 1999년 이래 40차례 발사 시도에서 이번을 포함 5차례 실패, 평균 성공률 87.5%를 기록하게 됐다.

 위성 발사를 대행해주는 시장은 러시아와 유럽이 양분해 왔다. 러시아의 ‘국제발사서비스(ILS)’사가 제공하는 프로톤 로켓 시스템과 유럽의 ‘아리안 스페이스’가 운영하는 아리안 로켓 시스템이다. 카자흐스탄 기지에서 이륙하는 프로톤은 추진력이 뛰어나지만 매년 한 건에 가까운 발사 실패가 문제다. 아리안 로켓은 52건의 발사를 연속 성공시킨 안정성이 장점이다. 여기에 미국의 민간기업 ‘스페이스X’사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 5월 민간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우주선을 발사해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배달한 뒤 귀환시키는 업적을 이룩했다. 향후 4년간 순수 상업적 발사 계약만 23건을 수주한 상태다. 유럽우주국은 스페이스X사의 ‘팔콘9’ 로켓에 맞서 아리안 5호의 개량형과 6호 로켓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웃 일본도 지난해 발사 대행 사업에 뛰어들었다. 첫 고객인 한국의 아리랑 3호 위성을 190억원(추정)에 발사해주었다. 일본은 우주 강국이다. 70년 세계 넷째로 인공위성을 발사한 이래 달과 금성에도 탐사선을 보냈다. 나로호 발사 사흘 전인 지난 1월 27일에도 스파이 위성 2기를 추가 발사해 지구 궤도에 올려놓았다. 자체 개발한 H-2(A)로켓은 22차례 발사돼 2003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성공했다. 한국은 어떤가. 나로호의 추진체는 러시아에서 제니트와 프로톤의 후속 모델로 개발 중인 앙가라 로켓이다.

비행실험은 나로호가 처음이라고 한다. 기술을 전혀 이전받지 못한 터에 비행실험의 가치만큼이라도 가격을 깎을 수는 없었을까.

조 현 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