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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국을 한국으로, 상금을 사업소득으로 … 소득세 없는 州에 둥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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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미국 연방 정부와 주 정부는 나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지난달 21일(한국시간) 미국 골프의 간판 스타 필 미켈슨(43)은 새로 제정된 캘리포니아주의 부자 증세 정책에 강하게 반발했다. 미켈슨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11월 연간 100만달러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들에게 기존보다 3% 오른 13.3%의 소득세를 걷어 복지를 강화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미켈슨은 지난해 약 6000만달러(약636억원)를 번 최상위 소득자다. 미 연방 정부가 올 초 세율을 상향 조정하면서 총 소득액의 52.9%을 세금으로 내게 되자 그는 “캘리포니아주를 떠날 수도 있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그러나 파장이 커지자 "내 발언이 경솔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미국에서 활약 중인 한국 골프 선수도 세금 때문에 고민이 많다. 선수들은 미국의 세법에 따라 연방 정부와 주 정부에 이중으로 세금 납부를 한다. 평균적으로 내는 세금은 소득의 30~35% 정도다. 최경주(43·SK텔레콤)는 2011년 한해 동안 PGA 투어에서 톱10에 8번 올라 상금으로 약 53억원을 벌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약 30%(약 16억원)를 세금으로 냈다.

절세 방안은 있다. 한국 선수들은 가장 먼저 자신의 거주 국가가 어디인지 명확히 신고해야 한다. 미 국세청은 외국인이 연간 183일 이상 미국에 체류하면 거주국을 미국으로 규정한다. 미국이 거주국이 되면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벌어들이는 모든 소득을 미 국세청에 신고하고, 39.6%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미국 투어와 한국·일본·유럽 투어를 병행하는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은 투어마다 발생하는 소득의 세금을 모두 미 국세청에 내야 한다.

거주국을 한국으로 신고하면 미국내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납부하면 된다. 한·미조세조약의 '타이브레이커룰(Tie-Breaker Rule)'에 따르면 거주국을 한국으로 신고 할 수 있다. 스폰서 후원금은 '로열티 소득'으로 인정받아 세율을 15%까지 줄일 수 있다.

최나연(26·SK텔레콤)은 최경주처럼 2007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거주자로서 소득을 신고해 높은 세율의 세금을 냈다. 하지만 2009년에는 거주국을 한국으로 신고하면서 2년간의 소득 중 미국밖에서 발생한 소득의 세금을 환급받았다. 당시 최나연의 세무를 담당했던 강남규 변호사(법무법인 현)는 "미국 세법에서는 거주국을 어디로 신고하느냐에 따라 세율이 크게 달라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어 경비에 대한 영수증을 모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강 변호사는 "미 국세청은 투어 경비를 사업장 경비로 인정해 준다. 투어 경비의 지출 영수증을 꼼꼼히 모으면 연말에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금이 싼 주로 이사하는 방법도 있다. 미켈슨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13.3%의 소득세를 징수하지만 플로리다주, 텍사스주엔 소득세가 없다. 실제로 골프 선수들을 비롯해 여러 스포츠 재벌들이 절세를 위해 플로리다주나 텍사스주에 살고 있다. 최나연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살고 있다.

오세진 기자 seji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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