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現정부 의혹털기' 검찰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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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당선자가 대북 4천억원 지원설, 국정원 도청 의혹, 공적자금 비리 의혹 등 현 정부에서 발생한 여러 의혹사건의 '해법'에 대해 좀더 진전된 얘기를 했다. 지난 18일 밤 있은 KBS-TV토론에서다.

盧당선자는 "제 처지에서 (이 문제에 대해)검찰에 전화 한번 해본 적 없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국민적 의혹 사건에 대해선 누구라도 밝히지 않을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검찰총장의 임기를 법대로 존중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엔 검찰총장이 원칙에 따라 법대로 소신껏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언급은 "검찰 스스로 투명한 수사를 통해 진실규명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盧당선자 측은 의혹 사건의 해법을 놓고 고심해 왔다. "현 정권 임기 내에 이 문제를 마무리짓지 못하면 새 정부가 짐을 떠안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렇다고 盧당선자가 직접 나서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럴 경우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을 따르는 동교동계와 당권파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여권 내부의 갈등을 부추길 수도 있다.

때문에 盧당선자는 미묘한 상황을 뚫고나갈 묘책을 일단 검찰에서 찾은 것 같다.

김각영(金珏泳)검찰총장은 金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임명했다. 임기가 1년10개월이나 남아 있다. 일단 검찰에 철저 수사를 맡김으로써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동시에 金총장을 압박하는 효과도 계산한 것 같다. 盧당선자는 "(내가)취임할 때까지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그대로 있으면 (취임 후)정치적 고려없이 사실을 있는 대로 밝히도록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선 金총장의 경질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盧당선자 주변에선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건에 대해 수사가 미진하다면 충분히 경질 사유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盧당선자는 이날 "'3대 의혹'이란 용어는 한나라당에서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국민적 의혹 사건'이라고 말해야 공평하다"고 개념을 정리했다.

한나라당이 걸려 있는 세풍사건 등 정치적 의혹사건도 새 정부 출범 이전에 털고 가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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