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하한기」는 와도「경제의 흐름」엔 휴식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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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만들면 팔린다」는 생산·판매의 고전적인 이론이「팔려야 만든다」로 바뀐 지 이미 오래다. 때문에 시장경기는 대중의 구매력에 목을 걸고 있다.
하한기하면 계절적으로도 우선 무덥고 지루한 철이지만 상인들도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연중경기의 최하강기.
더위에 겹쳐 장마가 계속되면 경기는 더욱 보잘 것 없어지고 상인들은 아예 가을경기를 발돋움하는 관망기로 체념한다. 위축된 구매력을 자극한다고 광고물이나 붙고 매상을 늘리려는 상가의 안간힘이 더위와 함께 열을 올리지만 여가산업을 제한한 일반상가에 비친 구매력은 보잘 것 없다.
경기가 구매력의 함수라면 구매력의 함수라면 구매력은 또한 소득과 소비수준의 함수. 연초부터 공무원의 봉급이 30% 올랐지만 50%의 통장제 지급, 재무부산하 공무원 및 은행원들의 10%이상 강재 적금가입과 저축증서 발행이 구매력을 위축시킬 전망이고 앞으로 50% 통장제를 10%이상 장기저축으로 전환, 전공무원에 확대할 것과 국영기업체 직원에게도 적극 권장할 방침이니 구매력은 점점 더 위축될 모양.
전국 광공업의 조업원 급여수준은 지난 연말에 광업이 월평균 8천7백70원에서 8천5백50원으로 줄고 제조업은 5천3백30원에서 5천1백30원으로 줄였다.
또한 통화량이 연말보다 33억원(5·8%) 늘었지만 서울소비자 물가는 6월4일 현재 10·4% 가앙등, 총체적인 유동성의 구매력도 상대적으로 비축된 셈―.
그러나 여름은 지출이 많은 계절.
외국에선 하기「보너스」를 받아 피서행각에 들떠있지만 우리는 그나마 적은 소득을 피서지출에 뺏기고 나면 생필품 몇 가지를 빼놓곤 지출할 여분이 거의 없는 형편―.
지난해도 서울시내 백화점 및 주요상가와 시장의 소매액 판매지수는 6, 7, 8월이 94·4, 85·7, 85·3(65년 기준=100)으로 위축되었었고 물가변동을 제거한 작년 5월부터 금년 5월까지의 지수상승률은 여과 및 연초21·5% 직물 및 의류1`6·3%인데 비해 식료품4·3% 화학제품6·3% 서적 및 문방구5·5% 내구소비재8·8% 잡품11·9%에 불과하다.
외국의 경우 대중의 소비추세나 구매력 변동을 다달이 나오는 소매, 백화점 및 「슈퍼·마키트」(싼거리시장) 통계로 쉽사리 파악할수 있지만 우리 나라는 소득통계가 전무한데다 소매액 통계마저 작년 11월에 처음 시작되고 범위 또한 좁아 관계자들의 육감이 경기진단의 방편.
이들을 올 여름에도 경기침체가 예외 없이 찾아와 6월부터 일반매상이 부쩍 줄고 겨우 냉장고·선풍기 등 계절적 내구소비재와 생필품의 판매증가가 눈에 띌 정도며 그나마 월부판매(냉장고의 경우 현금6·월부4)의 몫을 빼고 나면 보잘 것 없다는 이야기―단지 남은 것은 추석을 고비로 한 가을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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