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세 차례 자료 요구 … 김재철 MBC 사장 모두 묵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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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1일 MBC 김재철(사진) 사장과 임진택 감사를 검찰에 고발한 것은 정당한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 관계자는 “MBC 파업 과정에서 쟁점이 된 김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국회 감사 요구에 부응하는 수준의 감사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김 사장의 횡령이나 인사 비리 의혹에 대해 자료를 받지 못해 확인을 안했다는 해명이다.

 지난해 9월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MBC의 경영 상태를 제대로 관리·감독하고 있는지 감사해 달라고 감사원에 요구했다. 이어 9월 24일 조사에 착수한 감사원은 다음 달 17, 23, 30일 세 번에 걸쳐 김 사장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을 담은 MBC 자체 감사 결과 보고서, 최근 5년간 임원 평가 결과와 성과급 지급 내역 등이었다. 임 감사에게도 MBC 자체 감사 결과 보고서를 요청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끝내 자료를 내지 않았다. 그러자 감사원이 감사를 종결하면서 두 사람을 검찰에 넘긴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 MBC노조 파업을 계기로 불거졌던 김 사장을 둘러싼 의혹들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감사원은 또 방문진에 “MBC 대표와 감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주의’ 요구를 내렸다.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두 사람에 대해 적절한 제재 조치 방안을 강구하라”는 통보도 했다.

 방문진이 ▶MBC로부터 예산서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결산 자료를 받고도 검토 없이 그대로 이사회에 상정해 온 점 ▶임기가 끝나지 않은 MBC 감사가 자회사 대표로 선임되면서 감사 업무에 공백이 생겼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MBC 출신이 서류 전형·면접은 물론 공개 모집 절차도 없이 방문진 사무처장으로 채용된 사실도 적발됐다.

 방문진 이사 8명은 감사 결과가 발표되기에 앞서 지난달 30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김재우 이사장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용철 방문진 이사 등은 현재 영국 출장 중인 김 이사장의 귀국 일정에 맞춰 오는 4일 자진 사퇴 의견을 전달키로 했다.

 한편 감사를 요구한 국회 예결위 민주통합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물감사를 통한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감사원을 비판했다.

양성희·조현숙·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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