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공적자금] 조성·관리·회수 곳곳 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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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조성.투입.관리에서의 총제적 부실상이 낱낱이 드러났다. 특히 공적자금 투입을 초래한 부실기업주와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재산을 보유.은닉하거나 해외로 도피시킨 사례는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도 채권회수 노력이 부족했고, 주먹구구식 공적자금 지원으로 국민의 혈세(血稅)를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 "조성.관리.회수 모두 문제"=감사원은 재정경제부가 부실채권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공적자금 조성을 한번에 끝내지 못해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밝혔다.

또 정부의 채권회수 노력이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지원된 90조8천9백억원 중 지난 9월 현재 회수액은 12조5천4백65억원에 불과하며 이마저 대부분 부실금융기관 지원에 재사용됐다는 것. 출연.예금 대지급액 38조7천7백억원 중 8조원만 회수될 것으로 예측했다.

부실기업의 청산절차를 맡은 파산법인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지난 2월 현재 2백34개 파산법인(설립 평균 1년6개월)가운데 청산절차를 끝낸 법인이 전혀 없고,매년 운영비로만 5백40억원씩 축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예보는 1998년 10조원 규모의 예금보험기금채권을 발행하면서 채권이자 하한선을 10%(평균 시장이율 8.3%)로 책정함으로써 지난 9월 말까지 채권이자로만 4천4백억원을 추가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11월 C.H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규모를 결정하면서 은행의 보유주식을 낮게 평가해 공적자금 3천7백억원을 과다 지원했다.

자산관리공사의 경우 98년 말 1조4천3백23억원의 여유자금이 있었음에도 금융기관에서 1천2백52억원을 차입하는 등 불필요한 차입으로 3백60억원의 이자를 부담했다.

◇ "책임규명 및 관리체계 대수술 필요"=감사원의 이번 특감으로 공적자금 관리체계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번 결과는 99년 1차 공적자금 특감 때보다 구체적이어서 책임소재를 가리기 쉬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은닉.도피재산 추적과 관련해서는 감사원에 한시적 계좌추적권을 부여해서라도 철저히 추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전망이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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