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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SKT '010 통합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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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SKT)이 새해 벽두부터 한판 붙었다. 내년부터 이동전화에 새로 가입하거나 번호를 바꾸는 이용자들에게 '010'번호를 부여키로 하자, SKT는 "011 브랜드를 무력화시키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갈등이 증폭되자 정통부 이상철 장관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李장관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파와 번호는 원래 국가 소유이지, 특정 업체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이동전화 식별번호가 있는 곳은 없다"면서 "이동전화간 전화를 걸 때 식별번호를 눌러야 하는 소비자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더 빨리 도입했어야 할 제도"라고 말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011은 SK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얻은 것이지 원래부터 자신들이 만든 번호가 아니다"면서 "통신서비스업체들이 유효하게 경쟁하는 것이 소비자 권익에 이롭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SKT의 논리도 만만찮다. 정부가 1년 전 3세대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 서비스 때부터 번호를 통합키로 해 놓고 2세대인 셀룰러 전화나 PCS 전화에도 도입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1천7백여만명의 가입자를 두고 있는 SKT는 지난 한 해 동안 5백만명이 새로 가입했으며, 3백55만명이 번호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정책이 시행될 경우 상당수 가입자의 이탈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SKT는 19일 "여론 수렴 없이 나온 정책"이라며 반박문을 냈다.

SKT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에 갑자기 번호 통합을 조기에 도입키로 한 것은 특정업체에 혜택을 주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의 매듭은 새 정부가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010통합 방안은 오는 27일 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게 돼 있다. SKT 측은 정부방안이 확정될 경우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포함,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SKT와 이용자 편의 및 통신업계의 유효 경쟁을 내세우는 정통부 간의 '법정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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