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지 산부인과 분만 수가 최대 200%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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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천 강화도에 사는 윤모(35·여)씨는 만삭의 몸으로 한 달에 한 번 인근 경기도 김포에 있는 산부인과 병원으로 진찰을 받으러 간다. 김포까지 가는 데 40분 넘게 걸린다. 불편을 감수하고 김포까지 가는 건 강화도에는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어서다. 진통이 오면 바다를 건너 ‘원정 출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지금까진 진료를 받으러 먼 거리를 다녀도 그러려니 했지만, 예정일이 다가올수록 불안하다”고 말했다.

 윤씨처럼 분만시설이 없는 지역에 사는 산모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취약지역 산부인과 살리기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31일 건강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병원별 연간 분만 건수에 따라 진료비를 최대 200% 올려주는 내용이 포함된 필수의료 서비스 개정방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1년 동안 분만 건수가 50건 이하인 산부인과는 자연분만 진료비를 200% 올려준다. 현재 자연분만 수가는 47만9000원(의원급 기준)인데 149만1000원으로 인상되는 것이다. 이 밖에 연간 분만 건수가 51~100건이면 100%, 101~200건은 50% 진료비가 인상된다. 산모들은 예전처럼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 같은 차등수가제는 분만을 포기하거나 문을 닫는 산부인과를 막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분만 산부인과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2007년만 해도 1027곳이었지만 현재는 727곳에 불과하다. 이 중 268곳(36.9%)이 연간 분만건수 200건 이하로 차등수가제 혜택을 받게 된다.

 그러나 수가 인상만으로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분만을 위해서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이 24시간 대기해야 하는데 이들의 인건비를 대기에도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한 도서지역의 산부인과 전문의는 “취약지역 의원 중엔 한 달에 한 번 분만하는 것도 힘든 경우가 있다”며 “수가 인상으로 폐업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의결된 필수의료 서비스 개선방안에는 35세 이상 산모에 대한 분만수가 인상(30%)과 중환자실에 전담의를 둘 경우 주는 가산금을 100% 인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포괄수가제 시행에 반대하며 건강정책심의위를 떠났던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8개월 만에 회의에 참여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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