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달가슴곰 덕유산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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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비좁게 사는 반달가슴곰이 덕유산으로 갈 수 있도록 지방도로 일부를 폐쇄해 곰 이동 통로를 만드는 사업이 추진된다. 야생동물을 위해 기존 도로를 없애는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자연환경국민신탁은 환경부·한국도로공사·전북 장수군과 함께 지리산~덕유산 구간의 백두대간을 연결해 반달가슴곰 이동길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30일 밝혔다. 현재 지리산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이 풀어 놓거나 산에서 태어난 곰 26마리가 살고 있다. 관리공단은 앞으로 곰을 50마리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곰 한 마리의 행동반경이 30~200㎢인데 비해 지리산국립공원의 면적이 440㎢에 그쳐 곰 사이의 영역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국민신탁의 전재경 대표는 "2015년 말 88올림픽고속도로의 확장 공사가 끝나면 전북 장수군 번암면 유정리 앞 지방도로는 통행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주변 농지 10필지(1만639㎡, 공시지가 3억7400만원)를 매입하면 지방도로 900m 구간을 폐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장수군, 한국도로공사와 이 구간을 폐쇄하고 기존 고속도로 아래에는 곰이 이동할 수 있는 생태통로를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개발사업자들이 납부하는 생태계보전협력금을 이 사업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이 끝나면 지리산에 사는 반달가슴곰은 전북 무주군의 덕유산 쪽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자연환경국민신탁은 기부를 받아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있는 토지 등을 매입해 관리하는 특수법인으로 2007년 3월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에 따라 설립됐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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