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악몽의 사슬에 발목 잡힌 호주

중앙일보

입력

‘이 보다 더한 악몽은 없다’

호주축구가 ‘플레이 오프’ 악몽에 발목을 잡히며 통한의 눈물을 또다시 흘렸다.

호주는 26일(한국시간) 우루과이와의 플레이오프 2차 전에서 3-0으로 완패, 1차 전 승리 무드를 이어가지 못하고 28년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접었다.

홈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원정경기에서 최소한 비기기라도 하면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 9부 능선 언덕에서 고지를 정복하지 못하고 우루과이에 그 자릴 넘겨줘야 했다.

오세아니아 지역예선에서 파죽지세로 올라온 호주를 따라올 팀은 없을 만큼 호주축구는 대륙 최강이었다. 통가를 22-0으로 아메리카 사모아를 31-0으로 대파, 월드컵을 향한 의지를 불태운 호주이지만 다른 대륙 하위 팀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번번히 패하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74년 서독월드컵 예선에서 한국을 제치고 월드컵에 진출한 호주가 플레이오프 악몽이 시작된 것은 86년 멕시코 월드컵 때부터. 호주는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의 대회방식 변경에 따라 지역 예선 1위를 하고도 유럽예선에서 본선 직행이 좌절된 스코틀랜드와 두 차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

우물 안 개구리 호주 축구는 대륙 최강이었지만 유럽 축구의 벽을 넘지 못하고 1무 1패로 탈락했고 이것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악몽의 시발점이 됐다.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예선에선 콜롬비아에게 94년 미국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에게 티켓을 넘겨줘야 했다.

호주의 플레이오프 악몽이 절정에 치솟은 것은 98프랑스 월드컵이었다. 이란과의 플레이오프 원정 1차 전에서 1-1로 비기며 유리한 고지를 밟았고 홈에서 열린 2차 전에서 2-0으로 앞서 티켓을 거의 손에 넣을 수 있던 상황 속이었다.

그러나 후주는 막판 방심하며 2골을 내리 허용 2-2로 비겼다. 무승부일 경우 어웨이 경기에서 다 득점 팀이 우선한다는 FIFA규정에 호주는 희생량이 되고 말았다.

지난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프랑스와 브라질을 꺾으며 3위를 차지, ‘사커루’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좋은 성적과 함께 비두카(리즈 Utd) 등 주전 선수들을 유럽리그에 보내 전력 보강에 힘썼다. 그러면서 지긋지긋한 플레이오프 악몽을 떨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끈질긴 악연의 끈은 이번에도 끊어지지 않았다.

프랭크 파리나 감독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세아니아 예선 1위에게는 본선직행티켓을 줘야 한다”고 주장, 징크스를 한탄했다.

86년부터 5회째 겪고 있는 호주만의 징크스는 분명 고통보다 더 잔인한 것임에 틀림없다.

Joins 이병구 기자 <lpgas@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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