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하기 싫은 사람 '스타크'에 미친사람 모여라

중앙일보

입력

컴퓨터 게임에 빠진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들,그리고 은근히 죄책감을 느껴오던 십대들이라면 신간 『스타크래프트 한 판으로 영어 끝장내기』가 너무 반가울 게다.

1998년 국내에 첫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2백40만 장이 넘게 판매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즐기면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 책이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 인터넷용어를 통한 영어 학습서는 제법 많지만 게임과 접목시킨 책은 처음이다.

"무엇보다 영어학습서를 만들 수준이 되는 사람들은 게임을 할 줄 모르고,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은 영어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이 책을 처음 기획한 장인배(서울대 경영학대학원 석사과정) 씨의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장씨는 적임자였는지 모른다.

그는 방학 땐 "밥 먹고 하루 종일 게임만 하다,잠자고 일어나선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하면서도 또 게임에 빠져들던" 스타크 매니어. 컴마을배 network 게임대회에서 4위로 입상한 경력도 있다.

한편 LG전자에서 전자 영어사전도 개발해 본 그는 아르바이트로 입시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많은 중고생들이 게임방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벤처 동아리 '훨'('훨훨 날다''훨 낫다'는 두 가지 의미란다) 이다.'걸어다니는 사전'으로 불리던 과(科) 친구 김문영(KTB 근무) 씨와 전영선(LG-EDS 근무) .한대호(미 애리조나주립대 MBA 재학) 씨, 그리고 미국인인 케빈 등 네 명을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책만들기 '사업'에 돌입했다.

물론 모두 한번 게임에 빠지면 정신을 못차리던 친구들. 일러스트레이터로는 게임 디자이너 송주현(스타크 솜씨에 있어선 소서리스 91로 이들 중 최고다) 씨와 김소희씨가 가세했다.

"게임만큼 영어 공부 하기에 적당한 도구도 없어요. 매번 게임을 할 때마다 같은 단어나 문장들을 반복해서 접하게 되고, 상황을 통해 익히는 영어라 생생하거든요. 연음 발음이나 억양까지 들으면서 배울 수 있잖아요."

책은 크게 어휘, 회화, 그리고 업그레이드 영어의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최초의 종족을 뜻하는 'Protoss'는 "최초라는 뜻의 proto-에 -ss를 붙여 만들어진 말입니다. 그래서 '최초의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된 거죠. StarCraft에서 나오는 세 종족 가운데 우주에서 가장 먼저 탄생한 종족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proto-로 시작하는 모든 단어는 '최초의 무엇무엇'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라고 설명한다. 어휘 수준은 중3~고2 정도. 스타크 제작사인 미 블리자드에서 1년에 걸쳐 단어 하나하나까지 세심히 감수했다. 게임에 직접 나오지 않는 단어들에도 발음기호나 액센트 등을 표시하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사족일지 모르는 한마디! 스크린 영어책은 그 영화를 못본 사람도 대강 이용해볼 수 있지만, 이 책은 한번이라도 스타크를 해본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다. 아니면 첫 장도 제대로 이해못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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