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하고 오니 표만깨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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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엄민영 내무장관이 20일 박한상(민중) 의원 「테러」범 조작을 시인하고 사의를 표명하자 공화당 주변에선 엄 내무의 처신에 대해 두갈래의 엇갈린 반응-.
엄 내부가 20일 본회의에서 사의를 밝히고 물러나가자 공화당 원내총무단은 동정론을 펴는 의원들의 얘기만 듣고 특위구성에 반대하기로 했다가 『지난 두달동안 선거구에서 죽도록 고생하고 돌아오니까 표를 다깨놓고 공화당에 치명상을 준 이 사태를 그냥 넘길 수 없다』는 20여 의원들의 주장과 박 대통령을 수행한 김종필 당의장의 결정(제주도에서 전화)에 따라 특위구성에 응하기로 방침을 바꾸기에 이르렀던 것.
○…박한상 의원 「테러」범 조작사건에 인책, 사의를 표명했던 엄민영 내무부장관은 일요일이었던 지난 19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조작임이 밝혀졌다는 보고를 정 총리에게 하고 이내 그자리에서 사의를 표명, 사표를 냈었다고.
이날 삼청동공관에는 엄 내무 민 법무 신 검찰총장 등이 모여 조작으로 밝혀진 사건진상을 국회에 나가 공표하고 문책의 범위까지 논의했으나 이 자리에서 정 총리는 엄 내무의 사표를 『수사상의 「미스」로 장관이 책임을 질 수야 없지 않느냐』고 말하여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 정 총리는 이와같은 결심을 제주에 묵고 있는 박 대통령에게 장거리 전화로 보고 양해를 받았었다고.
○…아주각료회의가 끝난 다음 각국 대표들을 위해 마련했던 지방시찰에 「라오스」 대표 「싱가라즈」 주일대사가 참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외무부 직원들은 꽤 애를 먹었던 모양.
정부는 참가국 대표들에게 한국의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양으로 19일부터 21일까지 대구 경주 부산 등지를 관광하도록 계획을 세우고 박 대통령 특별지시로 교통부는 전망차를 마련하는 등 배려를 했었는데 부인과 영애까지 한국에 부른 「싱가라즈」 대사가 별안간 일본에 돌아가겠다고 변덕-.
당황한 의전 실무자들은 『「라오스」와 한국은 역사적으로 비슷한 나라다. 「라오스」가 3개의 왕국이 하나로 통일된 나라이듯이 한국도 옛날에 3개의 왕국이 하나가 된 역사를 갖고 있다. 이번 가볼 경주는 그중 통일을 이룩한 나라의 수도』라고 설명, 겨우 함께 가게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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