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종별 축구 스냅〉감격 어린 수회교의 우승 고난이긴 각고의 보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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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6일 하오 석양빛이 길게 깔리기 시작한 효창구장은 승리의 감격에 벅차 흐느끼는 충북 수회국민교 축구선수들과 더불어 장내가 뜨거운 소용돌이 속에 파묻혔다.
이날 체격은 작으나 중학수준에 못지 않은 기술을 보이며 2회의 숨가쁜 연장전을 벌인 충북산골의 수회 국민교·춘천 중앙국민교의 결승전은 「게임」을 시작한지 1시간 20분만에 수회국민교의 승리로 돌아가자 춘천중앙의 선수들은 하도 분해서 땅바닥에 뒹굴며 통곡했고 수회의 어린 선수들은 「코치」선생들과 얼싸안고 승리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조금 전까지도 수회국민교 선수들의 누덕누덕 기은 「유니폼」과 영양실조에 걸린 듯한 누런 얼굴들을 본 수많은 관중들, 그리고 허기진 배를 개구리와 뱀으로 채워가며 운동화 대신 짚신을 신고 연습했다는 뒷 얘기를 들은 이들은 이 순간을 보자 모두 눈시울을 붉히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어린이들의 순진한 동심, 깨끗한 「플레이」에 모두 감동된 것이다.
가슴이 벅찬 것은 관중들뿐만 아니었다. 최치환 축구협회장도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렸고 끝내는 그들을 달랠 길 없어 양 「팀」에게 다시 서울 초청 경기를 약속했고 「볼」과 금일봉씩을 주어 위로했다.
또한 여느 때 같으면 폐회식을 아랑곳하지 않던 관중들도 이날만은 눈시울이 벌개진 채 한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축구경기라면 흔히 불상사가 일어난다는 것이 상식으로 된 요즈음 이날의 광경은 오랜만에 느낀 감격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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