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임기 말 특사 관행 끊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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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6일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 중인 설 특별사면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인수위 발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져 이명박 대통령과 박 당선인 측이 이 대통령의 임기 말 사면을 놓고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정권 임기 말에 이뤄졌던 특별사면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며 “더구나 국민 정서와 배치되는 특별사면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라며 “그러한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이냐는 질문에 “인수위 대변인으로서 충분히 상의드렸다”고 답해 박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됐음을 시사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대통령 측근 등 권력형 부패사범을 특별사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의 사면권이 남용돼서는 안 되며 사법정의에 어긋나서도 안 된다는 국민의 여론을 청와대는 잘 헤아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의 발표 또한 박 당선인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사면이란 것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법과 정해진 원칙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며 “이번 사면은 엄격한 원칙에 따라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공식적인 입장발표는 하지 않은 채 대통령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며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2월 25일 퇴임에 앞서 구속 중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측근들에 대해 특별사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개정된 사면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사면심사위를 구성하고 사면 대상자 심사에 들어갔다. 특별사면은 다음 달 10일 설을 전후해 단행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여권 관계자는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항소함에 따라 사면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이 대통령은 최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 회장 등 소수의 측근들을 사면하는 방안을 구상해 왔다”며 “그런데 박 당선인 인수위가 임기 말 대통령들이 관행처럼 해온 특사에 전례 없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데 대해 청와대가 당혹 속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당선인이 대통령 임기를 마칠 때까지 이 대통령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사면에 반대하고 나선 것도 청와대가 당혹해하는 부분”이라며 “청와대가 박 당선인의 진의를 파악한 뒤 특사 범위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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