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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농일의 우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깃발은 날이 갈수록 색이 바래져가고 있다. 유럽에서 농업인구가 제일 많은 불란서에서도 농사는 도박과 여자와 함께 패가망신의 3대요소로 손 꼽히고 있다. 현대인들은 흙을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스팔트와 네온이 빛나는 도시로…. 그리하여 공장 굴뚝과 쇼윈도에서 행련의 파랑새를 잡으러 오는 이 농자들의 무리는 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농사를 지어도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공업화! 오직 공업화를 해야 살수 있다』라고 외치는 그시대의 목소리에 눌려 『흙으로 들아가라』는 권농의 말엔 핏기가 없다. 밥만 굶는 것이 아니다. 얼굴이나 좀 반반하게 생진 여성들은 농촌의 퇴비냄새를 피해 도시로 간다. 그래서. 근대국가의 시골 청년들은 장가도 들 수 없게 되었다고 한탄한다. 불란서 농촌의 미혼남자와 여자의 비례는 2대1. 신랑 둘에 색시가 하나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권농일」도 좀 근대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4세기전의 그 구호를 부르짖는다는 것은 골동품 전시보다도 더 인기가 없다. 농사를 지어도 손해를 보지않게 되는 세상, 그리고 서경야독이 아니라, 낮에는 밭을갈고 밤에는 텔레비젼을 구경할 수 있는 그런 농자의 상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권농하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대체 권농은 누가 하는가? 우리나라에선 농사를 지으라면 백리 밖으로 도망칠 겁장이들이 권농을 돌고 있지만 이것은 모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텔리들이 흙으로 돌아가 생활하는 것, 그리고 그맘대로 도시의 향수와 대항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권농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7할이 농민이라는 것을 보고 우리가 농업국이라고 할 수 없다. 단 l할의 농민이라도 그들이 떳떳한 긍지를 갖고 농사를 지을 수 있게될 때 ,농자천하지대본이 된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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