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만들기 나누기] 중언부언 답변 말고 질문 의도 파악해 핵심만 말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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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재무·마케팅 분야 입사를 희망하는 고준희 씨는 호주 무역회사에서 6개월간 경리 업무를 본 경험이 있다. 그는 “해외 생활에서 얻은 폭넓은 시각과 꼼꼼한 일처리가 장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오종택 기자]

중학교 3학년 때 호주로 건너간 뒤 그곳에서 대학원까지 마친 고준희(27·호주 시드니대 졸업)씨.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재무 분야에 취직을 원한다. 영어권 국가에 살았기 때문에 토익 점수는 975점, 토익 스피킹도 최고 등급인 레벨8 바로 아래인 레벨7을 획득했다. 한국에서 자리 잡기 위해 스스로 귀국해 21개월간 병역의무도 마쳤다. 하지만 고씨는 걱정이 많다. 지난해 7월 제대 후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취업 대란’을 실제로 경험하게 된 것. 가장 큰 고민은 면접만 보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고씨를 위해 인크루트 서미영 상무와 한화케미칼 장창섭 인력운영팀장이 컨설팅에 나섰다.

 고씨의 강점은 역시 영어 실력. 토익 점수가 높아도 영어로 하는 답변을 더듬었던 이전 지원자들과 비교해 질문에 막힘 없이 영어로 대답하는 모습은 확실히 우위에 있는 부분. 숨겨진 강점도 있었다. 장 팀장은 “왜 이력서에 대학에서 ‘상위 5% 성적(high distinction)’을 받았다는 걸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우등 졸업을 했는데 덜렁 ‘high distinction’만 쓰여 있던 것. 고씨가 다녔던 시드니대는 세계 30~40위권 명문 대학이다. 장 팀장은 “호주의 대학교들이 아직 영미권만큼 알려지지 않았고 외국 대학의 우등생 인정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 다음부터는 이 점에 대해 자세히 풀어 써라”고 말했다.

 반면 고씨의 약점은 ‘간결하지 못한 화법’이었다. 1분간의 자기소개를 시켰지만 중언부언 말을 하다 보니 시간을 훨씬 넘게 답변했다. 언제 호주로 떠났나 같은 단순 질문에도 “중학교 3학년 2학기에 갔다”며 “호주에 아는 목사님이 있어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호주에서 공부하고 싶어 부모님을 석 달간 졸랐다”는 말을 덧붙였다. 장 팀장은 “말에 필요 없는 군더더기가 너무 많다”며 “질문에 대한 면접관의 의도를 파악해 핵심만 말하라”고 충고했다. “기본 질문에 대해 중언부언 답변하면 그 다음에는 아예 답변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한다”고도 말했다. 컨설팅을 진행한 서 상무도 “인터뷰를 잘하려면 생각이 정리돼 있어야 한다”며 “호주에서 살다 와 불리한 부분이 있겠지만 두괄식으로 표현하는 습관을 길러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고씨는 27세로, 석사 졸업자치고는 어린 편이다. 이미 졸업한 터라 학점 관리에 남들처럼 시간을 들일 필요도 없다. 장 팀장은 “상반기 공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으므로 미국 공인회계사(AICPA)나 외환관리사 자격증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고씨가 재무 분야 취직을 원하기 때문이다. 재무 관련 자격증은 직무와 바로 연관되고 취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위협요소도 있었다. 유학파들이 현재 구직시장에서 처한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서 상무는 “구직을 위해 유턴하는 유학파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구직시장에서 유학파의 장점은 오히려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파 학생들의 외국어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기 때문에 기업에서 굳이 유학파를 채용 안 해도 된다는 것. 이에 대비하기 위해 서 상무는 “‘현지 취직을 안 하고 왜 한국에 왔나’ 같은 공격적인 질문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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