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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전쟁 … 이통3사, LTE 황금 주파수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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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8’. 요즘 국내 이동통신사가 가장 관심을 갖는 숫자다. 이르면 오는 4월 경매로 할당될 주파수 대역인 1.8㎓(기가헤르츠)를 의미한다. 2011년 첫 주파수 경매 땐 이 대역에 대한 경쟁이 과열되면서 낙찰가가 9950억원까지 치솟았다. 방통위는 다음 달 세부 주파수 할당 계획을 확정하고, 4월에 할당 신청을 받아 신규 주파수 경매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1.8㎓ 대역에서 60㎒(메가헤르츠)폭, 2.6㎓ 대역에서 80㎒폭을 할당할 계획이다.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지켜봐야 할 관전 포인트 세 가지를 짚어봤다.

왜 1.8㎓인가 세계 LTE 상용화 국가 60%가 사용

방통위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20㎒폭(단방향)의 광대역 주파수 확보다. 현재 이통사는 4세대(4G) 통신망인 롱텀에볼루션(LTE)용으로 10㎒폭을 쓰고 있다. LTE 가입자가 늘어나고 데이터 전송량(트래픽)이 급증하면서 폭을 늘릴 필요가 있다. 이통사에도 주파수 추가 할당은 시급한 문제다.

 10㎒폭을 두 배로 늘리면 데이터 처리 용량이 두 배 늘어나는 동시에 속도도 두 배로 빨라진다. 현재 LTE 최고 속도인 75Mbps(1Mbps는 1초에 100만 비트를 보낼 수 있는 전송 속도)를 150Mbps까지 높일 수 있다. 2차선 고속도로를 4차선으로 늘리고, 최고 제한 속도를 75㎞/h에서 150㎞/h로 높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의미다. 전 세계에서 20㎒폭으로 LTE를 상용화한 이통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1.8㎓ 대역이다. 이 주파수는 ‘황금 주파수’ 대역으로 불린다. 세계이동통신공급자협회(GS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LTE 주파수 중 1.8㎓가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GSA에 따르면 현재 전체 LTE 상용 국가 66개국 중 약 60%인 39개국이, LTE 상용 이통사 145개 중 40%인 58개 사가 1.8㎓를 사용하고 있다.

입찰가격 얼마나 주파수 인접한 KT 적극적 … 1조 넘을 듯

이 주파수를 가장 탐내는 곳은 KT다. 이번에 할당되는 1.8㎓ 주파수는 KT가 현재 전국망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LTE 주파수와 붙어 있다. 추가로 10㎒폭만 더 붙이면 광대역 LTE 서비스가 가능하다. 앞서 2011년 경매가가 1조원에 육박하자 KT는 주파수 입찰을 포기했다. LTE 서비스가 경쟁사에 비해 늦어지면서, LTE 가입자만 놓고 본 순위는 ‘넘버 스리’로 처졌다.

 반면, SK텔레콤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현재 1.8㎓에서 LTE 서비스를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에 할당받는 주파수 대역과는 떨어져 있다. 설사 10㎒폭을 더 받는다 쳐도 폭이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데이터 처리 용량은 늘어도 LTE 최고 속도는 75Mbps로 종전과 같다. SK텔레콤이 KT와 같은 효과를 보려면 기존에 할당된 주파수까지 포함해 원점에서 이를 재조정해야 한다. LG유플러스 역시 1.8㎓에서는 LTE 서비스를 않고 있기 때문에, 주파수를 재조정하지 않는 한 ‘황금 주파수’ 이용은 불가능하다.

 KT는 이번 경매에 사활을 걸었다. 3위까지 밀린 LTE 시장의 판을 뒤집어야 해서다. SK텔레콤 등도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으로만 조 단위를 쓰는 이통사 입장에선 수조원을 들여서라도 가장 강력한 무기인 ‘속도’를 포기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료 오를까 천문학적 경매가 … 요금 인상 압박할 수도

천문학적인 경매가는 양날의 칼이다. 주파수 할당으로 조성된 수조원은 새 정부의 공약인 벤처기업 활성화 등 창조경제 산업 육성의 핵심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반면, 경매가가 통신 요금으로 전가돼 소비자의 지갑에서 빠질 수도 있다. 한 이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통신비를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이통사의 수익 구조가 악화하면 어쨌든 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1년 주파수 경매 때 SK텔레콤은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써내며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이후 공교롭게도 LTE 요금제에서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폐지하면서 통신비가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SK텔레콤은 3G에서는 월정액 5만4000원 이상 사용자를 대상으로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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