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大寒[대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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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 한(寒)은 추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집(?) 안에 사람(人)이 있는데 그 사람의 발 아래에 얼음(?)을 그려 넣었다. 발 밑에 얼음이 있으니 얼마나 추울까. 이 얼음 빙(?)은 얼음덩이를 그린 것으로 이후 물(水)이 더해져 빙(?)이 됐다가 다시 줄어서 빙(氷)으로 모양을 잡았다고 한다. 물이 더해진 건 얼음이 물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얼음은 물로 만들어지지만 물보다 더 차갑다(氷, 水爲之而寒於水)’는 순자(荀子)의 명언이 절로 생각난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인 셈이다.

한(寒)에서 집(?) 아래 얼음(?) 위 좌우 양쪽으로 놓여 있는 풀(?)은 짚단이나 깔개로 해석되고 있다. 한기(寒氣)를 막고자 집안 곳곳에 짚단을 둘러놓은 모습이 상상된다. 요즘으로 치면 뽁뽁이(에어캡)에 해당할 듯하다. 올해는 유난스러운 추위 탓에 집집마다 창문에 뽁뽁이를 붙여 한기를 막는 새로운 풍속도까지 생겼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이번 겨울의 시작을 알렸던 입동(立冬)이 지난해 11월 7일. 이후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는 소설(小雪, 11월 22일)과 큰눈이 오는 대설(大雪, 12월 7일), 한 해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 12월 21일)와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 1월 5일)을 거쳐 오늘은 마침내 겨울의 매듭을 짓는 대한(大寒)이다. 원래 대한은 일년 중 가장 추운 때라고 하지만 그건 중국을 기준으로 할 때 그렇고 우리는 소한이 가장 춥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거나 ‘소한 얼음이 대한에 풀린다’는 말이 나왔다. 또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는 대한 없다’거나 ‘추운 소한은 있어도 추운 대한은 없다’는 말도 있다. ‘대한 끝에 양춘이 있다’는 말은 고진감래(苦盡甘來)의 뜻을 지닌다. 어렵고 괴로운 일을 겪고 나면 즐겁고 좋은 일이 다가올 것이란 이야기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2월 4일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힘들고 어려웠던 일에 대한 기억일랑 계절의 연말일(年末日)에 해당하는 대한에 모두 날려 버리자.

대신 차디찬 얼음물을 마시듯 언제나 깨어 있자는 뜻에서 자신의 당호를 음빙실(飮氷室)이라 했던 중국 근대의 학자 양계초(梁啓超)의 각오를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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