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대학생 칼럼

나와 당신을 응원합니다. ‘굿데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서형석
건국대 경제학과 3학년

‘굿데이’. 비행을 떠나는 항공기 승무원에게 공항의 지상직 근무자가 건네는 인사다. 지루하고 힘든 비행이겠지만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당신의 임무를 언제나 응원한다는 의미다. 그런 굿데이의 설렘이 그리워지면 나는 자전거를 타고 공항을 찾는다.

 서울 천호동 집에서 김포공항까지는 42㎞. 굿데이를 찾아가는 두 시간의 여정이다. 평탄한 노반에 드넓은 한강공원을 끼고 달리니 자연스레 신이 난다. 한강에 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의 모습은 언제나 ‘맑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행복지수 32위인 이 나라에서도 몇 발자국 걸어 나오면 이렇게 웃을 수 있다는 걸 우린 평소 모르고 사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모든 곳이 즐거울 수는 없다. 성수대교 근방의 오르막길이 고비다. 걸어서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도 있고, 해내겠다는 의지로 힘겹게 페달을 밟는 사람도 있다.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을 닦고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다들 앞으로 나아간다. 어쩌면 극히 일부일지도 모를 이 어려운 순간을 다들 그렇게 극복하고 있다.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고 인생의 주문을 외우며 사람들은 고비를 헤쳐 간다.

 이 순간을 지나면 여의도까지는 누구나 ‘굿데이’다.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에서는 자연스레 속도가 붙고 심지어 추월 경쟁도 불붙는다. 그렇게 우리는 옆집 영수에게 지면 분하게 되는 DNA를 품고 악착같이 살았다. 60년 전 전쟁이 남긴 포탄 흔적이 있는 한강철교에 최첨단 고속열차를 올려놓은 우리 삶의 페달은 오늘도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여의도에서 잠시 쉬어 간다. 물 한 모금 마시며 강 건너 서울을 바라본다. 강변북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치열한 도시다. 그 속에서 유유히 흐르는 한강은 대지의 푸근함으로 일천만 시민들을 위로한다. 뛰다 힘들면 잠시 쉬라고 평소 말 없던 한강이 속삭인다.

 공항에 가까워지니 강서습지가 나온다. 이곳에선 먹이를 찾아 인천에서 올라온 갈매기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 하늘을 자유로이 휘젓는 그들과 나란히 달리다 보면 저절로 즐거워진다. 모든 것에 감사하고 즐거워하는 여유, 치열한 삶 속에서 365일을 굿데이라고 인사할 수 있는 여유를 조금은 알게 될 것 같다.

 드디어 김포공항이다. 공항은 언제나 굿데이다. 도쿄, 오사카, 베이징, 상하이 등 각자의 목적지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괜히 설레곤 한다. 그 와중에 마음이 소리친다. 여기서 멈추는 건 아깝지 않느냐고, 더 크게 더 멀리 가보지 않겠냐고.

 힘든 마음에 이만 하면 되지 않았나 싶던 찰나 마음이 내게 얘기한다. 여기까지 온 것처럼 뛰고 걷고 쉬고 다시 뛰는 게 인생이라고. 그리고 그 인생을 만들어가는 나와 당신을 응원한다고. 언제나 ‘굿데이’라고.

서형석 건국대 경제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