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비전] 공포의 '블랙파워 군단'세네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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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전주 월드컵구장 개장경기 때 세네갈 대표팀이 보여준 블랙파워는 대단했다. 경기 결과를 떠나 세네갈은 원정팀으로서 갖는 여러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경기를 보여줬다.

우선 가장 부러운 것은 세네갈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개인전술이었다. 거친 몸싸움을 마다않고 90분간을 무리없이 소화한 강한 체력과 유연한 몸놀림도 부러웠다.

여기에 수비라인과 미드필드 라인의 폭이 10~20m 정도를 유지하는 콤팩트한 전술구사는 한국이 빠른 공격을 하지 못하게 하는 철그물과 같은 '난공불락'이었다.

축구에서 개인전술이란 건물을 짓는 기초공사와 같다. 기초가 부실하면 부실공사가 되듯 축구의 가장 기초가 되는 패스·킥·드리블·태클·헤딩 등은 개인전술의 영역이며, 이 능력에 따라 더 높은 건물(수준 높은 경기)을 지을 수 있는지를 결정할 수 있다. 세네갈 선수들이 먼길을 왔음에도 불구하고 후반에도 지친 기색없이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은 한국을 압도하는 큰 힘이었다.

세네갈이 아프리카 대륙 예선 8경기에서 단 2골밖에 허용치 않은 '자린고비'수비의 실제를 보여준 수비-미드필드-공격 3선의 완벽한 밸런스 유지는 환상적이었다. 한국이 전반전 내내 미드필드에서 압도당한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었다. 세네갈은 현대 축구가 주문하는 공격과 수비.미드필드의 일정한 간격 유지에 대한 모범답안을 보여줬다.

밸런스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서는 체력과 기술, 조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완벽한 밸런스는 상대팀 선수가 볼을 갖고 있을 때 사방에서 압박하는 효과를 유발하고 공세 때는 패스할 곳을 많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곧 세계축구의 흐름인 '빠른 축구'의 근간이다.

2002 월드컵의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를 꼽으라면 지구촌 전문가들은 대부분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를 꼽을 것이다. 가장 큰 변수는 바로 아프리카 축구다. 월드컵 역사에서 그동안 주인행세를 했던 유럽과 남미대륙으로서는 이미 최근의 올림픽(애틀랜타·시드니)에서 금메달을 딴 아프리카 축구를 경계하고 있지만 경계의 수준을 넘어 자칫 아프리카 축구 대도약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음을 겁내고 있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 8강 돌풍과 시드니 금메달의 주역 카메룬,94 미국 월드컵, 98 프랑스 월드컵 16강과 애틀랜타 올림픽 우승국 나이지리아, 94.98 월드컵에 연속 출전한 남아공, 사상 세번째 월드컵에 얼굴을 내민 튀니지,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을 연파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세네갈 등은 모두 개인전술·체력·선진화한 전술구사 능력 등으로 중무장된 무서운 팀들이다.

아프리카 블랙파워 축구의 핵심은 우수한 선수들이 세계적 빅리그에 뛰고 있는 점이다. 세계 축구연맹 랭킹이 고작 65위인 세네갈이 한국과 일본을 연파하며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면에는 선수 대부분이 프랑스 리그에서 활동하며 능력을 키워왔다는 점을 눈을 크게 뜨고 살펴야 한다.

<신문선 : 중앙일보 축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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