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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예선 홈경기도 지다니!" 말리 폭동, 수도 무법천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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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말리 경찰들이 그라운드에 난입한 축구팬을 끌어내고 있다. [말리 AP=연합]

아프리카 말리의 축구팬들이 독일월드컵 예선 패배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부려 수도 바마코 일대가 무법천지로 변했다.

사태는 29일 새벽(한국시간) 바마코 3.26경기장에서 열린 말리와 토고의 경기 종료 직전 발생했다. 1-1로 비긴 상황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토고가 골을 넣어 2-1이 되는 순간 수천 명의 말리 축구팬이 그라운드로 난입했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을 시도했으나 경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흥분한 관중들은 바마코 시내로 진출해 닥치는 대로 불을 지르고 가게에서 물건을 훔쳤다. 이 사태로 81명이 경찰에 체포됐고, 호텔.식당 등 수많이 건물이 불에 타는 등 수백만 유로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리카 예선 1조에 속한 말리는 이날 경기 전까지 2무3패(승점 2)로 6개 팀 중 꼴찌에 처져 있었다. 토고와의 경기에서 지면 각조 1위 팀에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티켓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은 이 경기에 대해 토고의 2-1 승리를 인정했으나, 국제축구연맹(FIFA)은 29일 오후까지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에 대해 말리의 한 대학교수는 "엄청나게 치솟은 물가, 교육의 붕괴, 종교 분쟁 등 여러 사회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일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말리의 우스마네 마이가 총리는 "모든 책임은 경기를 제대로 못한 선수들에게 있다"며 화살을 돌렸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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