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화암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아득 하단다.
밀물져 휘몰아쳐
바다 넘쳤을
신생대 제3기면
6천만년 전
그 식물 화석 무늬 꿈을
일구는,
아득 하단다.
돌 젖 불어 내려 땅 아래 나라
무지개 고운 색깔
석순 자라고,
따로 하나 마련 해 온
지층 속 하늘
푸른 호수 천만년을
거울 잔단다.
돌 위에 돌 안 놓인
돌 아래 또 돌
내려가며 내려가며 높아지는 하늘에
역사 그것 무엇이리.
인간 무에리.
땅 위에 나고 지는 어린
목숨들
그 위에 얼룩지는
희비 무에리.
고요를 무한년을 저절로 있는
미미히 바꿔가며 스스로를
있어 온
신비 내부 너의 자궁
무한 꿈의 궁.
아득 하단다.
전생대 살고 살고 이어 내려 온
그 목숨 무심하게 지녀
내려 온
그 오랜 신비 속에
눈이 멀어 온,
그렇단다. 우리들은 장님굴새우,
장님거미, 접시거미,
프라나리아,
딱정벌레 다슬기에
도깨비 고비
몇 천만년 예 제대로
살아 온단다.
언제가는 이곳이 바다였었을
소용돌이 푸른 밀물
출렁거렸을,
신생대 제3기면
6천만년 전
지금은 땅 속 하늘 무지개 돌젖
푸른 물만 어둠 속에
고요 하지만,
언젠가는 또 이곳에 바다 밀치리.
아득한 뒤 하늘 뻗쳐
무지개 서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