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크]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마니또' 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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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전자.생명과학 업체인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http://www.agilent.co.kr)는 매월 중순 이색적인 행사를 연다.

사장을 포함한 전 직원 3백여명이 월례조회에 참석하면서 입구에 있는 함에 쪽지를 한장씩 넣는다.

이 쪽지에 자신의 이름.소속부서.전화번호를 적어 낸다. 직원들은 조회가 끝난 뒤 함에서 다시 쪽지를 한장씩 꺼내 들고 나간다. 이 쪽지에 적힌 사람을 한달 동안 '마니또'로 섬기는 것이다.

마니또(manito)란 말은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으나 정확한 어원은 밝혀지지 않은 채 '비밀 친구'라는 뜻으로 초.중.고 학생층과 인터넷 등에서 통용하는 속어다.

이 회사에서는 쪽지로 마니또를 정해 한달 동안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나름대로 좋은 일을 하도록 한다.

마니또에게는 간단한 다과류 등 선물을 수시로 주고 업무상 필요한 책이나 회사생활에 관한 경험담이 담긴 편지를 전해준다. 좋은 글을 발췌해 e-메일로 보내주는 직원도 있다.

윤승기 사장은 "회사의 매출과 생산성을 올리는 데는 직원들의 원활한 협조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마니또 행사의 성과를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지만 이를 시행한 뒤 회사에 활력이 넘치는 등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시작한 이 행사는 노사위원회 사원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선태 차장의 아이디어다. 그는 "학창 시절 재미로 했던 추억을 되살려 회사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이 행사를 생각해 냈다"며 "직위를 안가리고 서로 관심을 갖고 챙겨 주면서 작은 감동을 나누는 행사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월례조회 명칭도 '커피 토크'라고 해 간단한 다과와 함께 사장.임직원의 대화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시래 기자 sr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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