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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리나라의 관어 가운데「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있다. 죄인이 아니라 해서 모두가 착한 사람은 아니다. 개중에는 법이 무서워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한다. 법이 없다면 하룻밤 사이에「이리」로 변할 자가 많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정말 착한 사람이란「법 없어도 살 수 있는 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을 한번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법에 몰이해했던가를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착한 사람일수록「법 없이는 못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 아니라 도리어 악자이다.
남을 속일 줄 모르고 해칠 줄 모르는 사람일수록 악자의 밥이 되기 때문에 법의 보호는 필요하다. 무법을 원하는 자는 강한 발톱과 악의 이빨을 가진 이리떼들이다. 그래야만 맘놓고 풀이나 뜯으며 살아가는 사슴이나 토끼를 잡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왕국을 생각해 봐라. 법이 없기 때문에 사슴과 토끼는 언제나 사나운 짐승들의 먹이가 되어야 한다. 그들은 죄 없이 쫓겨야 한다. 억울하게 먹혀야한다. 법이 없기에, 기름지게 살수 있는 것은 호랑이며 늑대이다. 법이 없기에 자기의 순수성을 지킬 줄 모르고 쫓겨다녀야만 하는 것이 사슴이며 토끼이다.
착한 사람을 일러 누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말하였는가? 법을 그릇되게 본 사고방식이다. 우리의 생활을 돌아보자. 과연 법은 어느 편인가? 강자의 편인가 약자의 편인가? 그리고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은 강자인가 약자인가? 악자인가 선자인가?
한편 육법전서의 빽빽한 활자생각이 나서「법의 날」이라고 하면 골치부터 아파지지만, 한번쯤 그러한 물음을 따져보기로 하자. 법의 관념이 희박한 대중은 언제나 이리떼의 희생이 되어 왔다는 것을 생각해보자.「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 아니라 악자라고 우리들의 관어는 바뀌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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