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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가 스포츠 1면 비운 까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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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백지로 내보낸 뉴욕타임스 10일자 스포츠 지면.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스포츠 섹션 1면의 절반 이상을 백지로 발행했다. 약물 스캔들로 인해 올해 메이저리그(ML) 명예의 전당 입회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NYT의 파격적인 편집은 빽빽한 기사보다 훨씬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NYT는 10일(현지시간)자 스포츠 지면의 3분의 2가량을 백지로 만들어 발행했다. 미국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 뉴스를 다룬 페이지였다. 텅 빈 지면 상단에 ‘그리고 헌액자는…(And the Inductees Are…)’이라는 제목만 썼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올해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37명의 후보 가운데 단 한 명에게도 입회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다. 이름을 보면 쟁쟁한 후보가 많았지만 상당수가 약물 스캔들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명예의 전당은 금지 약물 복용 논란을 일으켰던 ‘홈런왕’ 배리 본즈,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 ‘거포’ 새미 소사 등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명예의 전당 입회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건 역대 여덟 번째이자 1996년 이후 17년 만이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려면 BBWAA로부터 75%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한다. 올해 최다 득표자인 전 휴스턴 내야수 크레이그 비지오도 569표(68.2%)를 얻는 데 그쳤다. 비지오는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의심을 받은 적이 없지만 다른 후보들과 함께 탈락했다.

 조 섹스턴 NYT 스포츠 에디터는 “(금지 약물인) 스테로이드 문제가 야구 정신을 더럽히고 있다. (신문의 백지 발행이) 새롭고 강력한 방식으로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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