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 김성룡의 사각사각] 눈 내리는 날, 렌즈는 방황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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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눈이 많이 내립니다. 날씨를 뉴스와 연결시켜 사고해야 하는 사진기자에게 눈이란 마냥 반가운 존재가 아닙니다. 눈은 사전적으로 ‘대기 중의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땅 위로 떨어지는 얼음의 결정체’란 의미를 지닙니다. 하지만 사진기자에게 눈은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내리는 눈은 축복의 이미지로, 예고 없이 퍼붓는 출근길 폭설은 재앙의 이미지로 카메라에 담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끔(솔직히 자주) 그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 엉뚱한 쪽으로 잔뜩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자들이 쓰는 속어로 ‘야마(기사의 주제·핵심)’를 잘못 잡은 거죠. 이런 경우 사진들은 아쉽지만 다음날 신문에서 볼 수가 없습니다. 오른쪽의 사진이 바로 그런 사진이죠, ‘야마’가 없는.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 글을 쓰는 지금 창밖에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네요. 이 눈의 의미는 또 뭘까요? 출근길 교통대란? 빙판길 엉덩방아? 눈 덮인 고궁 풍경? 눈썰매 타는 아이들? 갑자기 머리가 또 아파옵니다. 눈이 많이 오는 관계로 글은 이만 서둘러 마무리하겠습니다. 이해해 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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