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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특화산업] 경남 진주 '실크제품'

중앙일보

입력

경남 진주시청 2층 로비에 위치한 2백여평 규모의 홍보관에서 가장 인기있는 곳은 실크 제품 판매 코너다.넥타이 ·스카프 등을 팔고 있는 이곳은 진주시가 실크산업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지난 4월 새 청사 준공과 함께 문을 열었다.

관공서에 지역 특산물 판매점이 들어 선 것은 드문 일로 진주시가 실크산업에 쏟는 관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같은 실크 전문판매점은 진주성 앞,동방호텔,사천공항,진주YWCA,진주여성회관 등 경남도내 10여 곳에 이른다.

값싼 중국산 섬유에 밀려 국내 섬유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진주 실크는 ‘비단 장수 왕서방’을 따돌릴 만큼 건재하다.

현재 진주지역 1백3곳의 견직업체들이 연간 2천억원 어치(1천6백만 야드)를 생산,국내에 80%를 공급하고 20%를 수출하고 있다.전국 견직업체 수가 2백53곳으로 진주지역에 41%가 몰려있다.

진주 견직업체들은 넥타이·스카프.한복지 ·양장지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과거에는 국내산 원사를 사용했으나 양잠업이 사라진 요즘은 중국산을 들여온다.

진주에 근대화된 비단공장이 들어선 것은 1910년.그때 까지만 해도 수직기(手織機)를 이용해 손으로 비단을 짰으나 처음으로 기계화된 비단공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뽕밭이 많았던 진주 ·산청 지역에 자리잡은 양잠농가들이 공급하는 원사가 풍부한데다 진주를 끼고 흐르는 남강의 수질이 좋았기 때문이다.

수질은 실크제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염색에 큰 영향을 미친다.진주는 지리산 계곡에서 흘러 내리는 맑고 깨끗한 물이 풍부해 다른지역 제품보다 실크의 색상이 아름답고 광택이 뛰어나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값싼 중국산 비단에 밀려 한때 사양길을 걸었던 진주실크가 반격에 나선 것은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말.

13개업체가 진주시의 지원을 받아 공동브랜드 ‘실키안’‘진주기라’등을 개발,국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해마다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국제 직물박람회에 10여개의 실크업체들이 참가하고 있다.진주시도 부스 임대비용 ·항공료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지난 9일부터 사흘간 홍콩서 열렸던 섬유박람회에 6개업체가 참가해 60만5천달러 어치를 계약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진주시 중소기업지원과 정상로(鄭相老)과장은 “중국제품을 따돌리고 유럽제품과 경쟁하기 위해 신제품 ·디자인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의 한국견직연구원(경남 진주시 상대동 ·89년 설립)도 실크업체를 지원하고 있다.올해로 6회를 맞는 진주실크 전국디자인 경진대회도 열고 있다.대회 우수작은 실크업체들에게 넘겨 제품화로 연결해준다.

진주시와 산업자원부는 1백10억원의 예산으로 시제품 개발지원센타(연건평 1천4백평)를 짓고 날염 제판기·치즈염색기 등 첨단장비 10여점까지 구입,업체들의 신제품 개발을 돕고 있다.

진주지역 견직업체 중 가장 큰 카리소프트(옛 신화직물)는 소재와 디자인 개발에 전직원들이 힘을 쏟고 있다.1백40여명의 종업원이 연간 1백40억원 어치를 생산,70%를 수출하는 이 회사는 견사에다 면 ·울 ·레이온 ·폴리에스트 등을 섞은 소재를 개발,중국 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홍콩 ·일본 ·캐나다 등 해외 시장에서는 ‘세레브리떼’라는 브랜드로 파고 들고 있다.

카리소프트 김정태(金正泰)공장장은 “사람이 옷을 입지 않고는 살 수 없다”며 “가격은 중국과 경쟁할 수 없지만 우수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진주=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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