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경제 25년만에 불황… 2002년 전망도 어두워

중앙일보

입력

세계 경제가 동시 불황기로 접어들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1차 석유 파동 직후인 1974~75년 이후 25년 만에 미.일.유럽 경제가 동시에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는 미국 경제는 3분기에 -0.4%의 성장률(잠정)을 기록, 8년 만에 후퇴했다.9.11 테러 사태 여파로 소비 활동이 크게 둔화하고 있어 4분기 성장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 상무부가 1일 발표한 9월 소비 지출은 14년 만에 최대 폭인 1.8% 하락했다.

전국구매자관리협회(NAPM)의 9월 제조업 활동 지수도 전달의 47보다 크게 낮은 39.8을 기록했다.

일본의 성장률도 올해 -1% 안팎에 머물 것이라고 최근 일본은행이 밝힌 바 있다. 불황이 10년도 짧다며 연장되는 형국이다. 구조조정이 본격 실행되는 내년 성장률도 마이너스에 머물 것으로 관측됐다.

경기 침체에 따라 미국이나 일본은 고용 사정도 최악이다.곧 발표될 미국의 10월 실업률은 97년 6월 이후 다시 5%선을 넘을 것으로 보이며, 일본의 실업률은 9월에 5.3%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유럽 경제도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유로권(유로화를 사용하는 12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분기 0.1%에 불과했으며,특히 이탈리아의 경우 -0.1%를 기록했다.

경제 규모가 남미에서는 둘째로 큰 아르헨티나가 미국 경제 불황의 후유증으로 다시 국가부도(디폴트)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과 함께 아시아의 네마리 용으로 불리는 싱가포르.대만.홍콩 등 3국도 올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전문가들은 컴퓨터.정보기술(IT)분야의 불황이 특히 심한 것을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한국도 10월 수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19%나 줄어들어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가 1.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3.8%와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이다. 내년 성장률도 1.6%에 머물 것으로 세계은행은 보았다.세계적인 경기 둔화 국면이 내년에도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은행 수석 연구원인 닉 스턴은 "미국의 테러 사태는 지진과 같은 자연 재해에 비해 경제에 훨씬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도쿄.베를린=신중돈.남윤호.유재식 특파원worl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