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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에도 세금 물린다 … 15만여 명 대상 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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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8일 기획재정부가 종교인에게 세금을 물리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다. 이에 종교인 과세가 가능할지, 시행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모든 국민은 원칙적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초부터 여러 차례 종교인 과세 방침을 언급해왔다. 지난 8월 세법개정안 발표 때 종교인 과세 조항을 집어넣으려 했으나 종교계 반발 등을 고려해 올 초 소득세법 시행령에 반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재정부 백운찬 세제실장은 “종교인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기본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며 “시행령 개정안 사안이기 때문에 세법을 고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달 말 확정될 세법개정안 시행령에 종교인을 포함시킬 경우 당장이라고 과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재정부가 확보하고 있는 종교인 명부에 등재된 종교인(2007년 통계청 기준 15만여 명)이 1차 과세 대상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종교계의 반응이다. 종교계의 반발이 거셀 경우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 백 실장은 “종교인과의 협의가 더 필요하고, 어떤 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할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박 장관의 의지와 결단력, 나아가 대통령의 의중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정부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는 현직 또는 차기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40여 일 후면 물러나는 현 정권에서 해결하기 껄끄러울 경우 공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넘어갈 수도 있다.

 종교계는 대체로 과세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금 항목이 근로소득세인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진보적인 개신교 단체인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황필규 목사는 “한국 교회의 공공성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과세에 찬성”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근로’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성직자소득세라는 항목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럴 경우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이 걸려 당장 과세할 수 없다.

불교 조계종 총무원 박정규 팀장 역시 “과세에는 동의하지만 산중 스님들에게 근로소득세를 매긴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보수 개신교 단체인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은 과세에 부정적이다. 한기총 관계자는 “법적으로 납세를 강제하기보다 목회자 자율에 맡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톨릭은 1994년 결의 이후 세금을 납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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