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뉴욕」의 흑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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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흑인빈민굴로 이름난 「뉴요크」의 「할렘」을 돌아다녀 보았다. 백인들은 아예 접근하지도 않는다는 특정구역답게 완전한 흑인세계였다. 「아프리카」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보이는 사람은 흑인뿐이었다. 듣던 바와 같이 길거리에서 서성대는 젊은 실업자들이 많았다. 술주정꾼 싸움패도 보였다. 싸움하다 바지가랑이를 다 찢긴 청년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자청하기도 했다.
지저분한 길거리에 중고품자동차들이 줄지어 섰고, 주택이란 수십년 묵은 벽돌 「아파트」들-그래도 남부 「미시시피」의 흑인들과 비교하면 표면상 부자같이 보이기도 했다. 벽돌 「아파트」는 거의가 3, 4층. 점잖은 친구를 붙잡고 「할렘」이 빈민굴로서 유명해진 이유를 물어보았다. 물론 실업자가 많고 깡패가 많고 아편굴 사창굴이 많다는 귀에 익은 설명이 나왔다.
그리고 집 속은 불결하고 수세식변소가 없으며 취사장엔 더운물과 찬물이 나오는 시설이 없다는 것.
그런데 깡패와 아편굴 사창굴이 없는 곳이라도 수세식변소가 없고 더운물 찬물이 나오지 않는 주택가는 빈민굴이라는 것이 미국의 빈민굴의 정의라고 설명하는 것이었다. <임상재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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