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판서 봉변당한 김운용회장

중앙일보

입력

2명의 건장한 남자가 승용차에 올라가 행패를 부리는 순간 김운용 회장은 그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국제 스포츠계의 거물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이 봉변을 당했다. 그것도 자신의 '친정'인 태권도판에서다.

29일 오전 11시 서울 올림픽파크텔 3층 회의실에선 대한태권도협회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동안 태권도계를 시끄럽게 달군 '학생 시위 처리 방안'이 주요 안건이었다.

그러나 시작 전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김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태권도 개혁을 외쳐온 '범태권도 바로세우기 운동연합'에서 나온 학생과 일선 사범들 1백여명이 회의실 주변을 가득 메웠다.

김회장이 회의장으로 들어오자 양측은 고성을 지르며 기싸움을 벌였다. "비리 인사를 멋대로 자리에 앉히고도 '인사권은 회장의 고유권한'이라는 망언을 일삼는 김회장은 물러가라"는 주장과 "함부로 말하지 마라. 태권도가 이만큼 성장한 것도 김회장 덕분"이라는 목소리가 뒤섞였다. 곧이어 욕설과 몸싸움까지 겹쳐지며 회의장은 삽시간에 난장판으로 뒤바뀌었다.

도저히 회의를 진행할 수 없게 되자 김회장이 서둘러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김회장을 제지하려는 사람과 빠져나가게 하려는 사람들 사이에 멱살잡이까지 하며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김회장은 31일 세계태권도연맹 총회에서 회장자리를 놓고 경선에 나선다. 또 다음달 1일부턴 제주도에서 세계대회가 열린다. 그때 김회장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김회장의 아성은 지금 안에서부터 금이 가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